이웃 언니가 공장 앞을 지나다가 담장 너머로 굵은 관이 여러 개 넘어가 있는 걸 봤대요. 저건 뭐냐고 묻더라고요.
알아보니 공장에서 쓰는 가스를 보내는 관이라던데요. 저는 그런 건 통에 담아 차로 실어 나르는 줄 알았어요.
박예슬 통에 담아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신미혜 그게 되는 양이 있고 안 되는 양이 있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한 가지가 아니잖아요. 그걸 아주 차게 해서 끓는 온도가 다른 걸 하나씩 갈라 낸다던데요.
앞에서 정유 회사가 원유를 끓여서 갈래를 나눈다는 글이 있었잖아요. 그건 뜨겁게 해서 가르고 이건 차게 해서 가르는 거라고요.
박예슬 그럼 재료값은 거의 안 드는 거잖아요.
공기는 값이 없는데 차게 만드는 데 전기가 아주 많이 든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 집들 살림에는 전기 사정이 그대로 얹힌대요.
여기가 이 업의 결이었어요.
가스는 값에 비해 부피가 크잖아요. 그래서 멀리 실어 보내면 옮기는 값이 너무 커진다던데요.
앞에서 시멘트는 무거워서, 골판지는 부피가 커서 멀리 못 간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여기도 같은 자리라고요. 그래서 쓰는 공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대요.
그래서 나온 방식이 그 관이었어요.
아주 많이 쓰는 공장이 있으면 그 담장 옆에 설비를 통째로 지어 놓고 관으로 바로 보낸대요. 차도 통도 필요 없이요.
신미혜 우물을 집 마당에 파 주는 셈이죠.
대신 그렇게 지으면 오래 쓰기로 약속한대요. 한 번 지어 놓고 몇 해가 아니라 십수 해를 쓰는 자리라던데요. 앞에서 반도체 소재가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여기는 아예 설비가 붙어 있어서 더 그렇대요.
마지막에 들은 게 이거예요. 이 가스를 많이 쓰는 데가 어디냐면 반도체 만드는 데, 쇠 다루는 데, 그리고 병원이래요.
그러니 그 업들이 바쁘면 이쪽도 바쁘고 조용하면 같이 조용하다던데요. 앞에서 도료 회사가 남의 업을 따라간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결이 그거랑 같대요.
어느 집이 어느 공장에 붙어 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공기를 차게 해서 갈라 낸다는 것, 재료는 공짜인데 전기가 많이 든다는 것, 부피가 커서 멀리 못 보낸다는 것, 그래서 공장 옆에 지어 관으로 보낸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지으면 아주 오래 간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굵은 관을 보면 하나는 생각해요. 저건 실어 온 게 아니라 옆에서 만든 거구나.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