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에 안 묻는 게 몇 개 있거든. 그중 하나를 내가 물어봤어.
그날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근데 나오자마자 애들이 서로 눈을 한 번씩 마주치더라.
아무도 뭐라고 안 했거든. 근데 공기가 확 바뀌었잖아.
누가 화를 낸 게 아니라 그냥 조용해진 거다. 그게 더 무섭다니까.
칼손 누나가 물어보면 그건 되는 거잖아요.
칼손이 나중에 저렇게 말했는데 그 말이 제일 아팠어.
내가 한 번 물으니까 그다음 주에 다른 애가 또 물었거든. 그 애는 내가 물었으니까 되는 줄 안 거다.
그렇게 두어 번 가니까 그 규칙이 그냥 없어졌더라. 만드는 데는 몇 달 걸렸는데 없어지는 데는 두 주였다니까.
없어진 규칙을 다시 세우려고 해봤거든. 근데 이게 처음 만들 때보다 훨씬 어려워.
한 번 깨진 걸 다시 지키자고 하면 애들이 왜 이제 와서냐고 하잖아.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돌부처 누나가 먼저 안 물으면 되지.
그래서 방에서 내가 먼저 말했거든. 그거 내가 잘못했다고.
부장이 사과하는 게 좀 이상한가 싶었는데 아니더라. 그러고 나니까 그 규칙이 다시 돌아왔다니까.
애들이 원한 게 벌이 아니라 그게 규칙이 맞다는 확인이었던 거다.
그날 이후로 방 규칙을 좀 줄였거든. 내가 못 지킬 것 같은 건 아예 안 만들어.
지킬 수 있는 것만 두니까 세 개 남더라. 열 개 있을 때보다 세 개일 때가 훨씬 잘 지켜지잖아.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게 아니었던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대단한 규칙은 못 만들거든. 우리 방 규칙도 다 별거 아닌 것들이야.
근데 그거 하나는 알았잖아. 규칙은 만든 사람이 지킬 때만 규칙이라니까.
안 지킬 거면 애초에 만들지를 말아야 되는 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