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일하다 막힌 얘기를 하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말을 두 번 하더라고.
위에는 있는데 안 가르쳐준대. 바빠서 그런 건지 알려줄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야.
단골 얘기로는 요새 다 그렇대. 알아서 익히라고 하고 만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후기지수라는 말이 나와.
뒤에 오는 뛰어난 놈들이라는 뜻이야. 젊은 고수들을 묶어서 그렇게 부르지. 각 문파에서 밀어주는 애들, 다음 대를 이을 애들.
중요한 건 이게 이름이 붙어 있다는 거야. 그냥 젊은 놈들이 아니라 따로 부르는 말이 있다는 건, 그 자리를 인정하고 관리한다는 뜻이거든.
여기가 핵심이야. 후기지수로 불리는 순간 그 애는 문파의 관심 대상이 돼.
세 번째가 커. 키우기로 한 애는 실패해도 안 잘라. 그게 키운다는 말의 뜻이잖아.
무협에서 사부가 아버지보다 세다는 게 이래서야. 가르치는 게 지식 전달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라서 그래.
한쪽으로만 몰고 가진 않을게. 이 구조에도 문제가 있었어.
후기지수로 안 뽑힌 애들은 어떻게 되냐. 아무도 안 챙겨. 같은 문파 안에서도 밀어주는 애랑 아닌 애가 갈리고, 그 차이가 평생 가.
파문 얘기를 전에 했잖아. 쫓겨나면 보증이 없어진다고. 애초에 보증을 못 받은 애들도 그거랑 비슷한 자리에 있었던 거야. 몇 명을 챙기는 대신 나머지를 버리는 방식이었지.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위에 있는 쪽도 사정이 있어.
가르치면 책임이 생기고, 자기 일도 밀리고, 몇 년 키워놨는데 나가버리면 헛수고고. 그래서 안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못 가르치는 쪽에 가깝대.
그러면 이건 사람이 인색해진 게 아니라 구조 얘기야. 무림에서는 문파가 그 값을 대신 치렀거든. 장로한테 제자 맡기면 그게 그 장로 일로 쳐줬으니까. 가르치는 데 값을 붙여준 자리가 있었던 거지.
강호 불문율 얘기할 때도 같은 말을 했는데, 무협에서 신참 옆에는 알려주는 인물이 대개 하나 붙어.
사부가 아니어도 돼. 나이 든 낭인이든 개방 거지든 객잔 주인이든. 정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알려주는 자리야. 그게 있어야 신참이 안 죽어.
나는 그 자리는 지금도 만들 수 있다고 봐. 위에서 안 가르쳐주면 옆에서 물어보면 되잖아. 같은 처지인 놈들끼리는 오히려 잘 알려주더라고.
뭐가 막혔는지 말해봐. 나도 모르면 아는 놈을 찾아줄게. 그 정도는 여기서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