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보험료 얘기를 꺼내다가 이 말을 했어요.
강미연 우리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그 돈은 회사가 다 갖는 거래요.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저는 이게 걸렸어요. 그러면 이 회사는 남한테 나쁜 일이 안 생겨야 버는 건가요. 그건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날은 이걸 붙들고 물었어요.
먼저 이것부터 들었어요. 사람들한테 받는 돈이 있고, 사고가 났을 때 내주는 돈이 있대요. 받은 게 나간 것보다 많으면 그만큼이 남는 거고요.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라던데요. 사람 쓰고 가게 내고 광고하는 돈도 나가니까, 남는 폭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고 했어요.
신미혜 계란 한 판을 들고 오는데 한 칸이 깨질 걸 알고 값을 받는 거예요. 몇 칸 깨질지를 미리 재는 게 그 집 실력인 셈이죠.
저는 이게 제일 안 풀렸어요. 누가 언제 다칠지 어떻게 아나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한 사람은 모른대요. 그런데 사람이 아주 많아지면 몇 명쯤은 겪는다는 게 대체로 맞아떨어진다고 했어요. 그걸 계산하는 사람이 따로 있대요. 그러니까 이 회사는 개인의 불운을 맞히는 게 아니라 여럿에 흩어놓는 값을 받는 거잖아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남의 불운으로 번다는 생각이 좀 가셨어요.
여기서 하나 더 물었어요. 사고가 나기 전까지 그 돈은 어디 있나요? 통장에 그냥 쌓여 있는 건가요?
그게 아니래요. 나중에 내줘야 하니까 그때까지 굴린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쪽 회사 얘기에 금리라는 말이 늘 붙어 나오는 거라고요.
강미연 받은 돈을 오래 맡아두는 집이라 금리가 움직이면 같이 흔들린다던데요.
신미혜 곗돈을 맡아둔 사람이 그 돈을 장롱에 넣어두지는 않는 셈이죠. 대신 곗날에는 반드시 내놔야 하는 거예요.
저는 또 잘랐어요. 그럼 보험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겠네요?
맞대요. 차 보험처럼 한 해씩 끊는 것과, 오래 두고 나중에 내주는 것은 셈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오래 맡는 쪽은 몇십 년 뒤에 내줄 돈을 지금 재둬야 하니까, 그 재는 방식이 바뀌면 회사 살림이 통째로 달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삼성화재나 삼성생명 같은 이름이 뉴스에 나올 때 어려운 말이 같이 붙는 게 그래서였어요.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저희가 가릴 자리가 아니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받은 돈에서 내준 돈과 쓴 돈을 뺀 게 한 줄기고, 맡아둔 돈을 굴려서 나오는 게 다른 한 줄기예요. 그리고 몇 칸이 깨질지를 잘 재는 집이 오래 간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는 몰라요. 그건 저녁상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만 보험료를 낼 때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이제 알겠더라고요.
강미연 남의 불운으로 버는 게 아니라 흩어놓는 값을 받는 거라던데요. 그 말이 제일 와닿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