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냐는 문자를 받고 이틀 동안 읽음만 남겨둔 사람을 알아요. 미워서도 아니고 바빠서도 아니었대요. 그냥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였다더라고요. 저는 그 이틀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좀 알 것 같았어요.
잘 지낸다고 하면 거짓말 같고, 안 좋다고 하면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지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상태를 부르는 말이 우리말에 마땅히 없더라고요. 그러니 말문이 막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걸요.
대개는 그냥 잘 지낸다고 답하고 넘어가요. 그게 편하니까요. 다만 그렇게 넘긴 대답이 쌓이면, 나중엔 진짜로 어떤지 스스로도 모르게 되더군요.
인생은 진자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간다.
큰 일이 없어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날들이 있어요. 고통이라 부르기엔 과하고 평온이라 하기엔 헛헛한 자리요. 안부를 묻는 사람은 대개 그 자리까지 물으려던 게 아니에요. 그냥 잊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답하기가 조금 수월해져요. 정확한 상태를 보고할 의무는 없는 셈이니까요.
저는 요즘 대답이 막히면 상태 대신 장면을 말해요. 오늘 비가 많이 왔다든가, 커피가 식은 줄도 몰랐다든가요. 잘 지낸다고 거짓말하지 않으면서도 문을 닫지 않는 방법이더라고요.
상대도 대개는 눈치를 채요. 아, 요즘 좀 그렇구나 하고요.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있는걸요.
말문이 막히는 건 마음이 고장 난 신호가 아니에요. 지금 상태가 한 단어로 접히지 않을 만큼 여러 겹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복잡한 걸 억지로 한 단어에 밀어 넣지 않아도 돼요.
혹시 오늘 그 문자에 아직 답을 못 하고 계시다면,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나무라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대답이 늦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더라고요. 저는 그 침묵의 이틀을 꽤 자주 봤고, 그때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