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다들 천옷만 입고 다니는데 갑옷 입고 나가면 그놈이 이기는 거 아니냐고.
방이 잠깐 웃었어. 그런데 나는 이게 좋은 질문이라고 봐. 안 나오는 데 이유가 있거든.
먼저 짚고 갈 게 있어. 무협에 방어구가 아주 없지는 않아.
호심경이라는 게 나와. 가슴에 대는 쇠판이야. 옷 안에 받쳐 입는 거지. 그리고 연자갑이니 하는 얇은 갑옷도 가끔 나와. 다만 온몸을 두르는 갑옷은 거의 안 나와.
첫째 이유는 실용이야. 무협의 싸움은 움직이는 싸움이거든.
보법 얘기를 어제 했잖아. 반 걸음으로 자리를 바꾸는 게 승부를 가른다고. 경공은 지붕을 타고. 갑옷을 입으면 그게 다 안 돼.
그러니까 갑옷은 지키는 대신 다른 걸 다 포기하는 거야. 무협 인물들이 안 고르는 게 당연하지.
둘째가 더 커. 이건 활 얘기랑 같은 결이야.
갑옷은 전장에서 줄 맞춰 싸울 때 쓰는 물건이야. 여럿이 밀고 들어갈 때 화살이랑 창을 견디려고 입는 거지. 혼자 싸우는 자리에서는 쓸모가 확 줄어.
강호에 나라가 안 끼어드는 이유를 전에 얘기했잖아. 무림은 법 밖에 있다고. 그러니까 군대 물건을 들면 그 인물은 강호 사람이 아니라 관 쪽 사람으로 읽혀. 활이랑 똑같은 자리야.
셋째는 좀 다른 이유야. 무복 얘기를 전에 했잖아. 무림에선 옷이 곧 신분증이라고.
갑옷을 두르면 그게 안 보여. 어느 문파인지 모르게 되지. 그러면 만나는 놈마다 처음부터 재야 해. 알아보게 하는 게 이득인 판에서 가리는 건 손해야.
그래서 갑옷을 입는 인물이 나오면 대개 신분을 숨기려는 놈이거나 관군이야. 이것도 신호로 쓰이는 거지.
그럼 무림인은 뭘로 몸을 지키냐. 갑옷 대신 다른 게 있어.
금강불괴 얘기를 전에 했잖아. 몸 자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 호신강기라는 것도 있고. 입는 게 아니라 몸에 붙이는 쪽으로 갔어.
이게 이 장르답지. 도구로 해결할 걸 몸으로 해결하게 만들어놨어. 무협이 파는 게 결국 사람 몸이라 그래.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있는 것만 봤어.
지금은 없는 걸 봐. 갑옷이 없고, 활이 조연이고, 화약이 안 나오고, 계절이 잘 안 바뀌고. 없는 것들을 모아놓으면 이 장르가 뭘 지키려고 하는지가 보이더라고.
안 나오는 게 이상한 물건 있으면 말해봐. 왜 없는지 파보자. 그거 제일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