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를 한꺼번에 들이셨다가 반년째 드립백만 쓰신다던 손님이 계셨어요.
처음부터 다 갖추려고 하면 값도 크고 대부분 안 쓰게 돼요.
저는 이렇게 권해드려요. 없으면 못 하는 것부터 사시고, 있으면 좋은 건 나중으로 미루세요. 이 순서를 지키면 실패가 확 줄어요.
세 가지예요. 이것만 있으면 커피가 나와요.
여기까지가 시작이에요. 이 상태로 한 달만 내려보시면 뭐가 부족한지 스스로 아시게 돼요. 그때 다음 걸 사시면 돼요.
한 달쯤 해보시고 불편한 순서대로 채우시면 돼요.
그라인더 — 갈아둔 원두가 며칠 만에 밍밍해지는 게 느껴지면 그때예요.
받는 그릇 — 마지막 모금이 유독 진하면 그때고요.
드립포트 — 물줄기 때문에 매번 흔들리면 그때예요.
저울 — 마지막이어도 돼요. 없어도 숟가락으로 맞추실 수 있어요.
저도 이 순서대로 채웠어요. 한꺼번에 샀으면 뭐가 왜 필요한지 몰랐을 거예요.
비싼 걸 사면 잘 쓰게 될 것 같지만 반대였어요.
값이 나가면 꺼내기가 조심스럽고, 씻기 번거로우면 안 쓰게 돼요. 저는 집에서 제일 싸고 간단한 걸 제일 많이 써요.
세 번째를 미리 아는 게 어려운데, 그래서 한 달 써보고 사시라는 거예요.
홈카페는 도구를 갖추는 일이 아니라 매일 내리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더라고요.
같은 값이면 저는 도구보다 원두를 권해드려요.
싼 드리퍼에 좋은 원두를 내리면 괜찮은 커피가 나와요. 반대는 잘 안 돼요. 도구는 편하게 해줄 뿐이고 맛은 원두에서 오거든요.
홈카페를 시작하실 거면 지금 집에 뭐가 있는지부터 말씀해주세요. 순서를 짚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