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내린 커피가 맘에 안 드시면, 원두 말고 물부터 보세요. 잔 안의 98퍼센트가 물이거든요.
이 얘기를 카운터에서 하면 다들 좀 어리둥절해하세요. 커피 얘기 하다가 왜 갑자기 물이냐고요.
원두는 잔 안에서 2퍼센트도 안 돼요. 나머지는 전부 물이에요.
그러니까 좋은 원두를 사서 이상한 물로 내리는 건, 좋은 재료를 사다가 상한 그릇에 담는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저희는 원두 고르는 데는 한참을 쓰고 물은 그냥 틀어서 받죠.
저도 가게 열고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원두 바꾸느라 쓴 돈이 아까울 정도였거든요.
거창한 건 아니에요.
정수기가 없으시면 생수 한 병으로 한번 내려보세요. 차이가 나면 물 문제고, 안 나면 다른 문제인 겁니다. 이게 제일 싸게 확인하는 방법이에요.
팔팔 끓는 물을 바로 붓지만 않으면 됩니다.
끓고 나서 30초에서 1분 정도 두셨다가 부으시면 돼요. 온도계 없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집에서는 안 씁니다. 가게에서 하루 종일 재고 오니까 집에서까지 재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너무 뜨거운 물은 쓴맛을 먼저 끌어내고, 너무 식은 물은 신맛만 남겨요. 그 사이 어딘가면 되는데, 그 사이가 생각보다 넓어요.
집에서 계속 밍밍하다고 하시던 단골이 계셨어요. 원두를 세 번이나 바꾸셨는데도 그러셨어요.
그래서 물을 여쭤봤더니 수돗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수한 물로만 바꿔보시라고 했어요. 다음 주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원두를 바꿔준 줄 알았다고요.
원두는 눈에 보여서 자꾸 바꾸게 되고, 물은 안 보여서 그냥 둬요.
오늘 집에서 한 잔 내리실 거면 물부터 한번 바꿔보세요. 돈이 제일 적게 드는 실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