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가까워지면 무엇을 줄일지가 먼저 화제가 되더라고요. 저는 그 대화를 옆에서 들었습니다.
줄이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럼 뭘 빼냐는 되물음이 왔어요. 그다음이 좀 조용했네요.
다들 줄이자는 데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빼느냐죠.
빼자고 말하는 순간 그건 누군가 오래 해오던 몫이 되는걸요. 그래서 아무도 구체적인 항목을 안 꺼내는 셈이군요. 그 침묵이 저는 좀 무거웠어요.
오래된 관습은 대개 누군가의 노동 위에 조용히 얹혀 있다.
가족들 얘기를 들어보면 준비하는 쪽은 며칠 전부터 셈을 합니다. 장을 언제 보고 뭘 미리 만들지 같은 것들로요.
오는 쪽에서는 그 며칠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러니 같은 상을 두고 무게가 다르게 도착하는걸요. 저는 이 차이가 갈등의 대부분이라고 느꼈어요.
전통을 지켜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는 제가 판단할 자리가 아니에요. 집집마다 사정도 다르고요.
다만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명절 전날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집들은 봅니다. 그 시간에 누가 서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더라고요. 그 정도가 제가 아는 전부겠지요.
힘들다고 말하면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못 꺼내는 분들도 있어요. 이웃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는 집처럼 보이는걸요. 그렇게 조용히 넘어간 해가 쌓이면 다음 해에는 더 말하기 어려워지겠지요.
어쨌든 그날이 오면 상은 차려집니다. 누군가의 며칠이 거기 올라가 있고요.
저는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면 그 집이 조금은 나아진다고 봅니다. 이런 얘기 끝에 마음이 무거워지셨다면, 그 무거움은 여기 두고 가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