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오래가는 건 마음이 좁아서가 아니더라고요. 대개는 그 일이 아직 안 끝나서인걸요.
저녁 식탁에서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을 꺼냈어요. 저는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이야기에는 끝이 필요합니다. 미안했다는 말이든 어떤 설명이든요.
그게 없으면 마음은 그 자리를 계속 열어둔 채로 지내는걸요. 잊으려 해도 안 닫히는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 못 잊는 게 아니라 닫을 손잡이가 없는 셈이군요.
상처는 시간이 아니라 매듭으로 아문다.
미움은 가만히 있는 감정이 아니더라고요. 떠올릴 때마다 그 장면을 다시 재생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미워하는 쪽이 계속 그 일을 겪는 셈입니다. 정작 상대는 그 일을 기억도 못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 감정은 유난히 손해가 큰 편이겠지요.
그렇다고 용서하시라는 말은 저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 말은 대개 겪은 사람에게 한 번 더 짐을 지웁니다.
용서는 마음이 준비됐을 때 저절로 나오는 것이지 결심으로 되는 게 아닌걸요. 억지로 하면 나중에 더 크게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니 지금 못 하겠으면 안 하셔도 되겠지요.
대신 저는 그 사람을 마음의 어느 자리에 둘지만 정합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두지 않는 정도로요.
관련된 얘기를 굳이 찾아보지 않고, 소식을 전해 듣는 자리에는 잘 안 갑니다. 없애지는 못해도 자주 마주치지 않게 할 수는 있는걸요.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무게가 달라지더라고요.
미움을 다 걷어내야 잘 사는 게 아니에요. 그건 대개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 마음이 남아 있는 채로도 밥을 먹고 비를 보고 하루를 보냅니다. 언젠가 옅어지면 그때 옅어지는 대로 두면 되겠지요. 오늘 그 이름에 마음이 굳으셨다면,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