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이런 장면을 봤어. 고수가 탁자 건너편 술잔을 향해 손을 뻗어. 잔이 공중을 날아 그 손에 쏙 들어가.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나는 이 장면에서 웃었어. 너무 편해 보여서.
이게 허공섭물이야. 허공에서 물건을 끌어온다는 뜻이지.
격공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손을 안 대고 저쪽을 치는 거라고. 허공섭물은 그 반대 방향이야.
격공은 기운을 밀어내서 치는 거고, 허공섭물은 기운으로 잡아당기는 거야. 손바닥에서 나간 기운이 물건을 감싸서 끌고 오는 거지.
밀어내는 것보다 당기는 게 더 어렵게 그려져. 치는 건 맞으면 끝이지만, 당기는 건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거든. 중간에 놓치면 물건이 떨어져.
그래서 무협에서 허공섭물은 꽤 높은 경지의 표시로 나와. 아무나 못 해.
그리고 이건 싸움보다 보여주기에 많이 써. 고수가 처음 등장할 때 탁자 위 잔을 한 번 끌어오면, 그걸로 끝이야. 다들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말 한마디 없이 급을 보여주는 장치지.
싸움에서 쓰면 떨어진 칼을 다시 손에 넣을 때야. 병기를 놓쳤는데 몸을 굽히지 않고 손만 뻗어서 되찾아. 그 장면은 늘 멋있어.
비슷한 걸로 이기어검이 있어. 칼을 손 안 대고 날리는 거. 그 얘기도 전에 적었지.
둘 차이는 이래. 허공섭물은 끌어오는 거고, 이기어검은 보내서 부리는 거야. 허공섭물로 칼을 손에 넣고, 이기어검으로 그 칼을 다시 날려 보내는 식이지. 한쪽은 받는 거, 한쪽은 쏘는 거.
이 대목을 읽던 손님 하나가 건너편 술잔을 향해 손을 뻗고 한참 있었어. 다들 숨죽이고 봤지.
당연히 안 왔어. 그 손님이 결국 일어나서 가지러 갔어. 다들 박수를 쳤어. 그것도 일종의 허공섭물이라고.
허공섭물로 뭘 끌어올지 정했으면 알려줘. 객잔에선 대개 다들 술병부터 고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