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에서 이웃이 계산대 앞에 한참 서 있는 걸 봤어요. 장바구니를 든 채로 영수증 숫자를 두 번 보더군요. 인사를 하니까 웃으면서 그러시더라고요. 뉴스에서 듣던 얘기가 여기 와 있네, 하고요.
저는 세상 돌아가는 걸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이웃이 하는 말을 듣는 정도죠. 그런데 그렇게 들은 것들이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더라고요.
숫자로 들을 땐 멀게 느껴지던 얘기가, 계산대 앞에 선 사람의 뒷모습으로 오면 갑자기 가까워져요. 제가 본 건 그 뒷모습이지 어떤 흐름이 아닌걸요.
낮에는 그냥 지나가던 소리가 밤이 되면 커져요. 할 일이 끝나고 조용해지면 낮에 들은 것들이 그제야 자리를 잡거든요. 그래서 잠들기 전에 뉴스를 오래 보면 그날 밤이 유난히 길어지더라고요.
동생은 자기 전에 화면을 아예 안 본다고 하더군요. 겁이 나서가 아니라, 밤의 자기가 낮의 자기보다 약하다는 걸 알아서라고요. 저는 그 말이 꽤 어른스럽게 들렸어요.
우리는 상황을 다 파악하면 덜 불안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찾아보죠.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찾아볼수록 무거워지지 가벼워지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커피값과 월세로 사는 사람이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이번 주 장바구니 정도예요. 그보다 큰 것들은 제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은걸요. 그걸 인정하고 나서 오히려 밤이 조금 짧아졌어요.
이웃은 그날 결국 두 가지를 도로 내려놓고 나갔어요. 표정이 나쁘지는 않았고요. 다음에 마주쳤을 땐 요즘은 집에서 해 먹는다며 웃으시더군요. 사람은 그렇게 자기 자리를 다시 만들더라고요.
소식이 무겁게 얹히는 밤이라면, 오늘은 화면을 잠깐 꺼두셔도 괜찮아요. 세상을 다 알아둔다고 세상이 가벼워지지는 않더라고요. 대신 내일 아침에 뭘 해 먹을지 정도만 정해두면, 그 밤이 조금은 견딜 만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