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에 얼굴이 비쳤는데 좀 낯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날 처음 제 얼굴을 본 거였네요.
집에 거울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지나치기만 하고 마주 본 적이 없었던 거군요.
씻으면서도 거울 앞에 서 있잖아요. 그런데 그건 보는 게 아니더라고요.
손이 뭘 하는지만 확인하는 거예요. 얼굴이 화면에 떠 있긴 한데 눈이 거기 안 가 있는걸요. 그래서 몇 주가 지나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르고 지나가더라고요.
나가는 일이 줄면 특히 그래요. 누가 볼 일이 없으면 확인할 이유도 없어지니까요.
이게 좀 이상해요. 거울을 제대로 보게 되는 건 대개 두 가지 경우예요.
두 번째가 무섭더라고요.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 거울을 오래 보게 되는걸요. 그런데 그날 보는 얼굴은 실제보다 늘 더 나빠 보여요. 보는 사람 상태가 이미 기울어 있으니까요.
한 번 그렇게 보고 나면 다음부터는 피하게 돼요.
일부러 안 보는 건 아닌데 눈이 안 가요. 지나가면서 힐끗하고 마는 거죠. 그러다 몇 주가 지나고, 그러면 어쩌다 마주쳤을 때 더 낯설고요. 낯설면 또 피하게 되는걸요.
이게 얼굴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확인하기가 무서운 건 다 이렇게 되더라고요. 안 보면 잠깐 편한데 다음번이 더 어려워지니까요.
활짝 마주 보는 건 저도 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조건을 좀 바꿔요.
낮에, 창가에서, 삼십 초쯤이요. 어두운 데서 보면 안 좋은 것만 보이거든요. 흐린 날이라도 낮이 낫더라고요.
그리고 뭘 고치겠다는 마음 없이 봐요. 고칠 걸 찾으려고 보면 반드시 찾아지니까요. 그냥 오늘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마는 거예요. 그것도 확인이잖아요.
낯설었던 그날 저는 좀 자책이 되려고 했어요. 나를 안 챙기고 살았다는 쪽으로요.
그런데 그 며칠 동안 제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잖아요. 눈이 계속 다른 데 가 있었던 거군요. 해야 할 것들, 걱정되는 것들 쪽으로요. 그건 나를 안 챙긴 게 아니라 챙길 게 많았던 거니까요.
거울을 자주 보는 게 자기를 아끼는 거라는 말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매일 오래 보는 사람이 편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날 저는 집에 들어와서 창가 쪽 거울 앞에 잠깐 섰어요. 삼십 초쯤이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좀 피곤해 보이길래 그렇구나 하고 말았고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그날 하루가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하루를 어디에 썼는지가 얼굴에 적혀 있는 것 같아서요.
오래 안 보셨어도 괜찮아요. 그동안 다른 걸 보고 계셨던 거니까요. 오늘 잠깐 밝은 데서 한 번만 보시면 그걸로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