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있었던 날에도, 그 기쁨이 생각보다 금방 가라앉는 걸 느낄 때가 있네요. 분명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며칠은커녕 그날 저녁이면 벌써 평소로 돌아와 있더라고요.
왜 행복은 이렇게 짧을까요. 저도 오래 그게 서운했어요.
한 철학자가 이런 말을 남겼어요. 행복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괴로움이나 결핍이 잠시 멎은 자리에 가깝다고요. 아픈 데가 나으면 잠깐 개운하지만 곧 그 개운함을 못 느끼게 되잖아요. 행복도 그런 결이라는 거네요.
그러니 행복이 짧은 게 아니라, 원래 지나가면서 알려주는 쪽에 가깝겠지요. 머무는 게 아니라 스쳐가며 "지금 좋다"고 신호를 주고 사라지는 거네요.
그런데 짧다고 그 순간이 별것 아니었던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오래 못 머물기 때문에 더 선명한 것 같기도 해요. 계속 있으면 우리는 그걸 곧 못 느끼게 되니까요.
행복이 잠깐이라는 걸 원망하다 보면, 정작 그 잠깐이 왔을 때도 "이것도 곧 사라지겠지" 하며 흘려보내게 되네요. 그게 제일 아까운 일인걸요.
행복을 오래 붙들어두려고 애쓴 적이 있어요. 좋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이 기분이 계속되길 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꽉 쥐려 할수록 이상하게 그 순간이 더 빨리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더라고요. 지금이 행복한지 자꾸 확인하느라 정작 그 순간에 있질 못했던 거네요. 붙잡으려는 마음이 오히려 그 시간을 밀어내고 있었던 거겠지요. 놓아줄 줄 알아야 그 잠깐에 온전히 머물 수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되는걸요.
저는 이제 행복을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요. 대신 그게 왔을 때 잠깐이라도 알아차리려고 해요. 비 그친 뒤 잠깐 드는 햇빛, 좋아하는 노래의 딱 그 한 소절. 오래 안 가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에 잠시 머무는 거네요.
행복이 왜 이렇게 잠깐일까 싶은 밤이면, 어쩌면 질문을 조금 바꿔도 좋겠네요. 어떻게 오래 붙잡을까가 아니라, 지나가기 전에 어떻게 알아차릴까로요. 그 잠깐을 알아보는 눈이, 생각보다 하루를 덜 팍팍하게 해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