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가 한 인물이 쓰러졌어. 숨도 없고 맥도 없대. 다들 끝난 줄 알았지.
그런데 몇 장 뒤에 멀쩡히 일어나. 알고 보니 일부러 숨을 멈추고 있었던 거야.
이게 귀식대법이야. 거북이처럼 숨을 쉰다는 말이지.
거북이는 숨을 아주 오래 참는다고 하잖아. 거기서 이름을 따온 거야.
귀식대법은 숨을 거의 멈추고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낮추는 무공이야. 맥도 느려지고 몸도 차가워져서 겉으로 보면 죽은 사람이랑 구분이 안 된다고 나와.
그러니까 싸우는 무공이 아니야. 버티는 무공이지. 벽곡단 얘기할 때 버티게 해주는 물건이라고 했잖아. 귀식대법은 그걸 몸으로 하는 거야.
귀식대법이 나오는 자리는 대개 정해져 있어.
하나, 죽은 척해서 빠져나갈 때. 포위당했는데 이길 수가 없어. 그러면 쓰러져서 적이 떠나길 기다려.
둘, 갇혔을 때. 물속이나 땅속, 숨 쉴 데가 없는 곳에서 오래 버텨야 할 때.
셋, 반전을 만들 때. 독자까지 속이는 거야.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돌아오는 장면의 설명서가 이거지.
객잔 탁자에 엎드려 자는 손님이 가끔 있어. 한 번은 너무 조용해서 다들 한 번씩 쳐다봤어.
내가 가서 어깨를 두드렸더니 벌떡 일어나더라. 그냥 깊이 잔 거였어. 다들 웃었지.
그때 알았어. 사람은 너무 조용하면 걱정을 사. 귀식대법이 먹히는 이유가 그거야. 조용함이 곧 끝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
근데 이걸 아무 데서나 쓰면 독자가 화나. 누가 죽어도 안 믿게 되거든.
그래서 잘 쓴 글은 귀식대법을 미리 깔아둬. 이 인물이 이걸 할 줄 안다는 걸 앞에서 한 번 보여주는 거야. 복선 얘기할 때 말했지. 뒤에서 보면 앞에 다 있어야 한다고.
이 인물 진짜 끝난 건지 헷갈리는 장면 있으면 가져와. 귀식대법인지 같이 따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