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초콜릿이나 견과류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갸웃하시는 분이 많아요. 진짜 그런 맛이 나는지요.
초콜릿을 넣은 게 아니라 단맛의 성격이 그쪽에 가깝다는 뜻이거든요.
같은 단맛이라도 결이 달라요. 과일 쪽으로 가는 단맛이 있고, 카카오나 견과류 쪽으로 가는 단맛이 있어요. 과테말라는 대체로 뒤쪽이에요.
산미가 싫다고 하셨던 분이 이 원두를 드시고 이건 괜찮다고 하신 저녁이 있었어요. 산미가 없는 게 아니라 단맛에 가려져서 덜 튀는 거예요.
저는 이 원두를 이렇게 설명해요.
산미가 부담스러운데 밍밍한 것도 싫으신 분한테 저는 대개 이쪽을 권해드려요. 그 자리가 은근히 찾기 어렵거든요.
지형이 높고 화산 지대가 많아요. 그런 데서 자란 커피는 천천히 익어요.
천천히 익으면 알이 단단해지고 맛이 촘촘해져요. 그래서 같은 단맛이어도 밋밋하지 않고 뒷맛이 남아요. 진하게 볶아도 향이 잘 안 무너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지역마다 결이 꽤 다른 것도 특징이에요. 같은 나라 원두인데 어디 것이냐에 따라 산미가 살아 있기도 하고 아주 묵직하기도 해요.
이게 실용적으로 제일 큰 장점 같아요.
블랙으로 드셔도 좋고, 우유를 넣어도 초콜릿 결이 우유랑 잘 붙어요. 드립도 되고 에스프레소로 뽑아도 무너지지 않고요.
그래서 가게에서 블렌드에 자주 넣어요. 브라질이 바탕을 만들면 과테말라가 그 위에 층을 하나 얹어주는 식이에요.
화려한 원두는 기억에 남고, 이런 원두는 계속 사게 되더라고요.
중간에서 조금 진하게 볶은 걸 고르시면 초콜릿 결이 잘 나와요.
너무 옅게 볶으면 산미가 앞에 서서 이 원두의 장점이 덜 보이고, 너무 진하면 탄맛에 묻혀요. 봉지에 안티구아 같은 지역 이름이 같이 적혀 있으면 대개 관리가 잘된 쪽이에요.
산미는 부담스러운데 밍밍한 것도 싫으시면 다음엔 이걸로 한 봉지 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