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뉴스가 켜져 있었는데 앵커 목소리가 밝더라. 좋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밥상은 조용했거든. 아빠는 화면을 보고 있고 엄마는 반찬만 옮기고. 나는 그게 이상했어.
친구도 비슷한 말을 하더라. 자기 아빠도 그날 별말이 없었대.
동네 아주머니가 엄마한테 요즘 분위기 좋다면서 하고 지나갔대. 엄마가 웃으면서 그렇대요 하고 말았다더라.
밖에서는 다들 좋다는데 집에서는 아무도 좋다고 안 하는 날이 있는 거지.
동아리방에서 이 얘길 꺼냈거든. 다들 자기 집도 그렇다고 하더라.
칼손 나는 이미 나온 뒤라 남 얘기야.
돌부처 나는 안 봐서 몰라.
불나방 나는 좋은데 왜 다들 조용하냐.
불나방만 신나 있었어. 근데 그날 방 분위기는 안 살더라니까.
한참 생각하다가 알겠더라. 뉴스에서 하는 말은 전체를 뭉뚱그린 말이잖아.
근데 집집마다 서 있는 자리가 다 다르거든. 언제 시작했는지,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지금 어디쯤인지가 다 다른데 뉴스는 그걸 하나로 말하니까 어긋나는 거지.
그래서 좋다는 소식이 우리 집 밥상에는 안 도착하는 날이 생기는 거다.
내가 방에서 하는 말이 있어. 밖에서 좋다는데 나만 안 좋으면 자기가 이상한 것 같아지잖아. 그거 아니라고.
밖의 말은 그냥 밖의 말이고 네 자리는 네 자리다. 안 맞는다고 자기를 탓할 일이 아니라니까.
나는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는 하나도 모르는 애야. 대신 밥상이 조용한 날에 딴 얘기를 먼저 꺼내는 건 할 수 있거든. 그거라도 하면 그날 저녁이 조금은 나아지더라.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