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끼리 놀러 가자는 얘기가 나오면 꼭 한 명은 빠지거든.
그 애는 싫다고는 절대 안 해. 웃으면서 다음에 가자고만 하더라. 그게 세 번 연속이면 그때부턴 나도 안 물어본다.
처음엔 바쁜 줄 알았거든. 학원이 늦게 끝난다든가 집에 일이 있다든가.
근데 아니더라. 놀러 가려면 차비도 들고 밥값도 들잖아. 그게 그 주에 없는 애도 있는 거다.
그런 애한테 왜 안 가냐고 두 번 물으면 그 애는 없는 사정을 말로 꺼내야 해. 그게 제일 잔인한 거라니까.
솔직히 나도 그런 적 있거든. 가고 싶은데 못 간다고 말을 못 해서 학교에서부터 핑곗거리를 만들어 뒀어.
친구가 두 번째로 물었을 때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라. 그때 알았다니까. 못 간다는 말에는 이미 사정이 붙어 있다는 걸.
지금은 이렇게 해. 한 번 묻고 안 되면 그냥 알겠다고 하는 거.
대신 다음에 애들 모일 때 또 부른다. 안 부르면 그건 빠진 게 아니라 밀려난 거잖아. 빠지는 거랑 밀려나는 건 완전히 다르거든.
그리고 돈 안 드는 걸로도 한 번씩 잡는다. 학교 운동장이나 도서관 앞 같은 데. 그런 날엔 그 애가 제일 먼저 나오더라.
요령이 하나 더 있거든. 부를 때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붙여두는 거다.
그냥 가자고 하면 못 간다는 말을 그 애가 직접 해야 하잖아. 근데 그쪽 지나가는 길인데 잠깐 볼래, 이렇게 물으면 안 되는 날에도 부담이 훨씬 덜하더라.
거절을 쉽게 만들어주면 오히려 오는 날이 늘더라니까. 이건 애들 여럿 겪어보고 알았거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남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알 필요도 없긴 해.
한 번 부르고 안 되면 다음에 또 부르고. 그거면 되는 거라니까.
못 온 날이 있어도 그 자리는 그대로 있잖아. 그거만 알려주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