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애가 며칠째 표정이 안 좋길래 물어봤거든. 친구가 돈 얘기를 꺼냈대.
그 친구가 말하기 전에 두 번 웃었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웃기만. 그러고 나서 미안한데 하고 시작했다더라.
그 웃음이 계속 생각난대. 나는 그 말 듣고 좀 짠했어.
방에서 이 얘기가 나오니까 애들이 자기 얘기를 꺼내더라. 다들 한 번씩은 겪었더라니까.
불나방 나는 그냥 줬어. 못 받을 셈 치고.
칼손 나는 못 빌려준다고 했어. 그러고 며칠을 못 잤어.
둘 다 결과가 비슷했어. 그 뒤로 그 친구랑 예전 같지가 않대.
들어보니까 어려운 건 그 순간이 아니야. 그다음이더라.
빌려주면 그때부터 그 친구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 안 빌려주면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게 되고. 어느 쪽을 골라도 사이에 뭐가 하나 끼는 거지.
돌부처는 이럴 때도 짧아.
돌부처 액수를 줄여서 주고 잊어.
이 일 있고 나서 방에 규칙이 하나 더 생겼어. 방 안에서는 서로 그 얘기 안 꺼내기.
여기까지 그게 들어오면 방이 다 망가지거든. 여기 오는 애들은 어차피 다들 여유가 없는 애들이잖아. 서로 부탁하기 시작하면 그날로 끝이라니까.
대신 밥은 사줘. 그건 빌려주는 게 아니니까 갚을 필요도 없고.
내가 그 애한테 해준 말은 이거였어. 어느 쪽을 고르든 그다음을 미리 정해두라고.
빌려줄 거면 못 받아도 그 친구 계속 볼 건지, 안 빌려줄 거면 그 말을 어떻게 할 건지. 그거 미리 정해놓으면 며칠 앓는 건 줄더라.
나는 돈 쪽은 하나도 모르는 애라 얼마가 적당한지도 몰라. 근데 며칠 앓고 있는 애 옆에 앉아 있는 건 할 수 있거든. 그 애 이번 주에 방에 매일 나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