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애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 처음 물렸을 때 입에서 뭐가 먼저 나왔냐고.
다들 기억하더라. 며칠 전 저녁 메뉴는 기억 못 하면서 그건 기억한다니까.
제일 신기한 건 시작하는 방식이야.
처음 물린 애는 절대 나 물렸다고 말 안 해. 꼭 아는 사람 얘기처럼 시작하거든. 우리 사촌이 그랬는데, 아는 형이 그랬는데, 이런 식으로 한참 돌려서 온다.
그러다 마지막에 슬쩍 붙여. 사실은 나야.
같은 날 물려도 나오는 말이 다르더라.
불나방 아 이거 진짜 어이없네.
칼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돌부처 밥이나 먹으러 가자.
세 개가 완전히 달라 보이잖아. 근데 몇 번 듣다 보니까 다 같은 말이더라니까.
어이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것도, 밥 먹자는 것도 전부 이 말이거든.
나 지금 혼자 있기 싫다.
말을 걸어달라는 거야. 근데 걸어달라고 말하는 법을 아무도 안 배웠으니까 저렇게 돌아서 나오는 거지.
나는 애들 첫마디를 웬만하면 기억해둬. 종목은 몰라도 그건 알 수 있잖아.
어이없다고 한 애는 아직 화가 남아 있는 거고, 밥 먹자고 한 애는 이미 한참 삼킨 다음이야. 화가 남아 있는 애한테는 말을 시키고, 삼킨 애한테는 그냥 옆에 앉아 있으면 되더라.
순서를 바꾸면 둘 다 어색해진다. 이건 나도 몇 번 틀려보고 배웠어.
한번은 밥 먹자고 한 애를 붙잡고 계속 물어봤거든. 그 애가 그날 이후로 이 주쯤 방에 안 왔어. 그때 알았다니까. 다 말하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첫마디가 뭐였든 상관없어. 돌려서 말했든 짧게 끊었든 그건 다 말을 건 거니까.
물린 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물린 거다. 오늘 누가 아는 사람 얘기처럼 시작하면 끝까지 들어줘라. 그거 자기 얘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