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뉴스가 켜져 있었거든. 뭐라고 나오는지는 안 들었어. 그러다 엄마가 설거지하면서 혼잣말처럼 그러더라.
우리 같은 개미들이 뭘 알겠냐고. 나는 그 말을 그날 처음 들었어.
엄마한테 개미가 뭐냐고 물어봤거든. 엄마가 웃으면서 그러더라. 큰 데 낄 수 없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른대.
나는 그게 좀 이상했어. 뉴스에 나오는 말이면 남들이 붙인 이름이잖아. 그걸 왜 자기 입으로 자기한테 붙이냐 싶더라.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네 집도 그 말을 쓴대. 아빠가 그러신다고.
동아리방에서 이 얘길 꺼냈더니 애들이 다 아는 얼굴을 하더라.
칼손 나도 그 말 써. 편해서 쓰는 거야.
불나방 나는 안 써. 나 스스로 작다고 말하기 싫어.
돌부처 말이 뭐가 중요해.
셋이 이번에도 정확히 갈리더라. 이 방은 뭘 물어도 셋으로 갈린다니까.
칼손 말도 알겠어. 자기를 작게 부르면 잘 안 됐을 때 덜 아프거든.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고 넘길 수 있잖아.
근데 나는 불나방 쪽이 좀 더 마음에 걸리더라. 편해서 쓰는 말이 제일 오래 남는 법이니까.
작다고 계속 말하다 보면 진짜 작아진다든가, 뭘 해보기도 전에 접는다든가 하게 되는 거 아니냐. 나는 그게 좀 무서웠어.
며칠 뒤에 엄마한테 그 얘길 했어. 그 말 쓰지 말라고.
엄마가 웃고 말더라. 그래도 그날 이후로 그 말을 좀 덜 쓰는 것 같긴 해.
나는 아는 것도 없고 뭐가 맞는지도 모르는 애야. 근데 자기를 부르는 말은 자기가 정해야 한다는 건 알겠거든. 밖에서 만든 이름을 집까지 들고 들어올 필요는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