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첫날 한 친구들이 저녁에 꼭 연락을 하거든. 대체로 아홉 시쯤에 와.
문장이 짧고 물음표가 없더라. 못 하겠다, 이렇게만 오는 거다.
처음엔 그만두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그 친구가 진짜 그만뒀는데 며칠 뒤에 후회하더라.
그다음엔 참으라고 해봤어.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다음부터 나한테 그 얘기를 아예 안 하더라니까. 이게 더 안 좋았다.
불나방 그냥 때려치우라 그래요.
불나방은 늘 저렇게 말해. 근데 저 말 듣고 그만둔 애가 나중에 불나방 원망하는 것도 봤거든.
지금은 이렇게 물어봐.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내일 하루는 할 수 있겠냐고.
한 달을 물어보면 아무도 대답을 못 하거든. 근데 하루는 대답이 나오더라. 내일 하루만 놓고 보면 대부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니까.
그러면 그다음 날 또 하루만 물어보는 거다. 그렇게 몇 번 하면 어느새 한 주가 지나 있어.
돌부처 하루씩 세면 되지.
물론 다 참으라는 얘기는 아니야. 사람이 무섭게 굴거나 돈을 안 주는 데는 하루도 있으면 안 되잖아.
그건 첫날에도 바로 알겠더라. 힘든 거랑 이상한 거는 말투부터 다르거든. 힘든 애는 자기가 못한 걸 말하고 이상한 데 걸린 애는 남이 한 걸 말한다니까.
앞엣것은 하루씩 세면 되고 뒤엣것은 그날로 나오는 게 맞더라.
한 달을 물으면 그 친구 머릿속에서는 안 좋은 날만 서른 개가 붙거든. 아직 오지도 않은 서른 날을 한꺼번에 겪는 거다.
근데 내일 하루는 진짜로 하루라니까. 겪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주는 거지.
이거 동아리방에서 배운 거거든. 안 좋은 날에 애들한테 앞으로 어쩔 거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을 못 하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앞일은 못 봐. 한 달 뒤에 그 친구가 어떨지도 모르겠거든.
근데 오늘 하루 어땠냐는 건 물어볼 수 있잖아. 그거 하나는 누구한테나 물어봐도 되니까.
첫날 저녁에 연락 오면 나는 그것만 물어보는 거라니까. 그다음은 그다음이 알아서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