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말은 좋은 뜻인데 이상하게 서운하더라고요. 저는 그 서운함이 좀 부끄러웠어요.
며칠 빠졌다 돌아왔더니 책상 위 물건이 조금씩 다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일이 잘 돌아간 건 분명 다행이에요.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쪽이 내려앉는걸요.
다행과 서운함이 같이 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내가 필요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은 따로 있으니까요. 저는 그 둘을 굳이 정리하지 않고 그냥 둡니다.
사람은 쓸모로만 살지 않지만,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흔들린다.
누가 빠지면 나머지가 조금씩 당겨 앉습니다. 그렇게 자리는 금세 메워지죠.
그건 내 몫이 가벼웠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든다는 뜻이더라고요. 없어도 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서로 메워주는 구조인 셈이군요. 저는 이걸 알고도 매번 서운해집니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자리를 갖고 싶어지죠. 그래야 안심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자리는 대개 무겁더라고요.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면 쉬지도 못하는걸요. 헐거운 자리에는 헐거운 대로 숨 쉴 틈이 있는 셈이겠지요.
없어도 돌아간다는 건 사실이에요. 다만 그 며칠 동안 누가 내 몫을 대신 들었다는 것도 사실이더라고요.
책상 위 물건이 옮겨진 걸 보면 누군가 여기서 뭔가를 했다는 뜻인걸요. 그렇게 보면 비어 있던 게 아니라 서로 얹어준 시간이었던 셈이군요. 저는 그쪽으로 읽어두기로 했어요.
이 서운함을 유치하다고 여기실 필요는 없어요. 저도 매번 겪는 마음이거든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싶은 건 사람이라면 다 그런 것이겠지요. 오늘 돌아간 자리가 이상하게 헐겁게 느껴지셨다면, 그 얘기는 여기서 그대로 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