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옷 라벨을 보더니 여기 적힌 이름들이 다 뭐냐고 하더라고요. 섞인 비율이 적혀 있잖아요.
앞에서 의류 브랜드가 공장 없이 이름으로 판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때 만드는 데는 따로 있다고 했는데, 그 위에 또 있더라고요. 원단을 짜는 데와 그 원단이 될 실을 만드는 데요.
박예슬 실은 그냥 목화에서 뽑는 거 아닌가요?
신미혜 그건 밭에서 나는 쪽이고, 공장에서 만드는 쪽이 따로 있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밭에서 나는 것 말고 기름에서 갈라 낸 걸로 만드는 실이 많대요.
앞에서 석유화학 회사가 쪼갰다가 다시 잇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렇게 이어 붙인 걸 아주 가늘게 뽑으면 실이 된다던데요. 그래서 옷값에도 기름 사정이 얹힌다고요.
박예슬 그럼 옷이랑 플라스틱이 같은 데서 온 거잖아요.
같은 자리에서 갈라져 나온 거래요. 저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이 대목이 제일 뜻밖이었어요.
옷에 조금씩 섞여 들어가는 잘 늘어나는 실이 있잖아요. 그게 아무 데서나 안 나온대요. 만드는 게 까다로워서 세상에 몇 집이 나눠 하고 있다던데요. 우리 쪽 회사가 그중 하나라고 했어요.
신미혜 국수에 조금 넣는 재료 하나를 몇 집만 만드는 셈이죠.
앞에서 반도체 소재가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워 자리가 굳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여기는 만들 줄 아는 데가 적어서 자리가 굳는 쪽이라고요. 효성티앤씨 같은 이름을 들었어요.
이것도 들었어요. 옷 회사는 철마다 유행을 타잖아요.
그런데 실을 만드는 쪽은 그 위쪽이라 조금 늦게 움직인대요. 옷 회사가 많이 만들기로 하면 그다음에 원단 주문이 가고, 그다음에 실 주문이 간다고요.
앞에서 선박 엔진이 배보다 주문이 늦게 온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결이 그거랑 같더라고요. 그래서 소식이 시차를 두고 들린다고 했어요.
다만 어느 집이 어디에 얼마나 기대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옷 위에 원단이 있고 그 위에 실이 있다는 것, 기름에서 갈라 낸 걸로 만드는 실이 많다는 것, 잘 늘어나는 실은 만드는 데가 몇 없다는 것, 그리고 옷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옷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옷을 파는 쪽이래요, 실을 만드는 쪽이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