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래 내리는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문득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가 있네요. 뭘 해도 의미가 잘 안 잡히고, 애쓰는 일들이 다 멀게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요.
저는 이런 손님에게 뭔가를 고쳐주려 하지 않아요. 그 마음은 틀린 게 아니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그냥 같이 앉아서 해보려고 해요.
누군가는 "그런 생각 하지 마"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밀어내려 할수록 그 마음은 더 크게 돌아오더라고요. 부질없다는 느낌을 억지로 아니라고 덮으면, 오히려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지네요.
그러니 먼저 이 말부터 하고 싶어요. 그렇게 느껴지는 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오래 애써온 사람일수록, 문득 그 애씀이 다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 거더라고요. 그건 마음이 잠깐 지쳐서 보내는 신호에 가까워요.
제가 이 창가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겉으로는 다들 멀쩡히 지내는 것 같아도, 비슷한 밤을 지나는 사람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거예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어딘가에 분명 있겠지요.
그 사실이 부질없음을 없애주진 않아요. 다만 조금 덜 외롭게는 해주더라고요. 같은 마음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밤이 아주 조금은 견딜 만해지는걸요.
저는 이런 밤을 지나는 분들을 오래 봐왔어요. 그때마다 느끼는 건, 이 마음은 누가 설득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게 있잖아" 같은 말은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하는걸요. 이럴 때 필요한 건 그럴듯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냥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오늘도 뭘 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같이 앉아 있는걸요.
이런 밤에는 뭔가를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요. 부질없다는 느낌은 대개 지나가요. 다만 지나갈 때까지, 혼자 어둠 속에 있지만 않으면 돼요.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면, 그 마음을 고치려 하기보다 오늘은 그냥 곁에 누군가를 두세요. 그렇게 느끼는 게 당신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밤도 결국 지나간다는 것. 그거면 오늘은 충분해요. 저는 여기 앉아서, 그 마음 옆에 같이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