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한참 뛰어왔는데 결국 다 젖은 사람이 들어오네요. 애쓴 게 무색해진 얼굴이요. 저는 그 표정에서 요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봅니다.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 돌아오지 않는 경험. 그럴 때 드는 억울함은 게으른 사람은 모르는 감정이더라고요. 애쓴 사람만 느끼는 거네요.
우리는 애쓴 만큼 돌아오는 게 공정하다고 배웠지만, 세상은 그렇게 정직한 저울이 아니더라고요. 같은 노력에도 누구는 운이 따르고 누구는 비껴가지요. 그걸 인정하는 건 씁쓸하지만, 모르고 있다가 배신감에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은걸요.
노력이 배신당한 것 같은 느낌은, 세상이 공정하다는 기대가 깨질 때 오더라고요. 문제는 당신의 노력이 아니라, 노력과 보상이 늘 맞아떨어진다는 그 믿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뿌린 씨앗이 모두 그 밭에서 싹트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바람에 실려, 뜻밖의 자리에서 자란다.
이 말이 위로가 됐어요. 애쓴 게 지금 이 결과로 안 돌아왔다고 아주 사라진 건 아니겠지요. 그 과정에서 는 실력이나,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돌아오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보상이 늦게 오거나 다른 모습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걸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쥘 수 있는 건 노력의 양까지더라고요. 그 뒤의 결과는 운과 타이밍과 남의 판단이 섞여 정해지니까요. 내 몫이 아닌 걸 내 탓으로 끌어안으면 무거워질 수밖에 없겠지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면, 그 뒤는 내 손을 떠난 일이라고 놓아주는 것도 필요한걸요.
저는 애쓴 게 안 돌아올 때, 결과와 나를 잠깐 떼어놔요. 이번 결과가 나빴다고 내 노력까지 헛된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분리하면 다음 걸음을 뗄 힘이 조금 남더라고요.
애쓴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원래 정직한 저울이 아니어서예요. 결과에 노력 전체를 걸어 무너지는 대신, 애쓴 것 자체가 내 안에 남는다는 걸 기억해요. 그 남은 것이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자라기도 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