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나는 날 우리 방에 오면 안다니까. 문 열자마자 소리부터 다르거든.
근데 나는 그날이 제일 무서워. 애들이 가방을 안 내려놓고 선 채로 화면부터 켜더라고. 앉지도 않고.
시험 기간에는 애들이 억지로 안 봐. 못 보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거지. 폰을 서랍에 넣어두는 애도 있고.
그렇게 며칠 참고 나면 끝나는 날 한꺼번에 터진다니까. 그동안 못 본 걸 다 몰아서 보고, 못 한 얘기를 다 몰아서 해.
불나방 나 이거 며칠을 참았거든.
칼손 참은 게 자랑이냐.
돌부처 앉아서 봐.
이게 왜 위험하냐면, 시험 끝난 날은 애들이 다 기분이 좋아. 뭐든 될 것 같은 날이잖아.
그날 방에서 나오는 말들이 평소랑 좀 다르다니까. 평소면 서로 말리던 애들이 그날은 같이 웃어. 말리는 애가 없는 방이 제일 위험한 거거든.
나는 그걸 몇 번 보고 알았어. 기분 좋을 때 하는 결정이 기분 나쁠 때 하는 결정보다 나은 게 아니더라.
거창한 건 아니고, 시험 끝난 날은 내가 방에 먼저 가 있어.
가서 뭘 말리는 건 아니야. 그냥 앉아 있어. 애들 들어오면 앉으라고 하고, 가방 내려놓으라고 하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그게 다야.
근데 이게 좀 먹히더라니까. 서서 화면 보던 애가 앉아서 밥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속도가 한 번 꺾이거든.
한 번은 어떤 애가 그러더라. 자기도 오늘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알면서도 못 멈추는 거야. 나도 그 마음 알거든. 며칠 눌러놨던 게 풀리는 날엔 브레이크가 안 잡히잖아. 시험 끝나고 밤새 게임하다 다음 날 후회하는 거랑 똑같은 거라니까.
그래서 나는 그런 날 애들한테 뭐라고 안 해. 뭐라고 하면 다음부터 방에 안 오거든. 대신 옆에 앉아 있는 거지.
시험 끝난 날 밤보다 그다음 날 아침이 중요하더라.
전날 크게 웃던 애가 다음 날 말이 짧아져 있으면 나는 알아.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그냥 옆에 앉아. 우리 방은 그럴 때 아무도 얼마냐고 안 묻는다니까.
시험 끝났다고 다 좋은 날인 건 아니야. 그냥 눌러놨던 게 풀리는 날인 거지. 나는 그날 방에 사람이 많은 게 제일 낫다고 봐. 혼자 홀가분한 것보다 여럿이 홀가분한 게 안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