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 사람들이 저녁 먹으러 온 날이 있거든. 어른 넷이 식탁에 앉았어.
나는 옆방에 있었는데 문이 열려 있어서 다 들리더라.
두 시간 동안 얘기가 계속 됐는데 그 얘기는 딱 한 번 나왔거든. 한 분이 주식 얘기를 꺼냈어.
근데 아무도 안 받더라. 다들 그냥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니까.
말 꺼낸 분이 웃으면서 자기 잔을 두 번 돌리더라. 그게 좀 오래 기억에 남았어.
손님들 가고 나서 아빠한테 물어봤거든. 왜 아무도 안 받았냐고.
아빠가 그러더라. 그 자리에서 그 얘기를 받으면 누구 하나는 반드시 마음이 상한다고.
잘 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아예 안 여는 거라니까.
이거 듣고 나는 좀 놀랐거든. 우리 동아리방에서 얼마 벌었냐를 안 묻는 거랑 완전히 같잖아.
우리는 그걸 몇 번 어색해지고 나서 배웠는데 어른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다.
불나방 어른들도 그래요?
돌부처 더 심하지.
말 꺼낸 분이 무안했을까 싶었는데 아빠 말로는 아니라고 하더라. 그분도 알고 꺼낸 거라고.
꺼내보고 안 받으면 그냥 접는 거지, 그것도 서로 아는 신호라는 거다. 나는 그게 좀 신기했다니까.
그날 제일 놀란 건 아무도 그걸 정하지 않았다는 거거든. 누가 하지 말자고 한 적이 없대.
그냥 다들 알고 있는 거라니까. 몇 번 어색해져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거잖아.
우리 방이 몇 달 걸려 만든 걸 어른들은 이미 갖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방에서 이렇게 한다. 누가 그 얘기를 꺼내면 한 번은 받아주거든.
근데 두 번째로는 안 이어가. 그러면 꺼낸 애도 알아듣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들 얘기는 잘 몰라. 근데 안 받아주는 것도 대답이라는 건 그날 배웠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