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뉴스를 틀어놓고 계속 채널을 돌리셔.
한 꼭지 나오다가 관심 없으면 바로 돌려. 정치 나오면 돌리고, 날씨는 보시고, 스포츠는 끝까지 보시고.
리모컨은 늘 아빠 손에 있다니까.
근데 절대 안 돌리는 대목이 하나 있어.
개미들 얘기가 나올 때. 그거 나오면 리모컨을 무릎 위에 내려놓으셔. 손에서 놓는 건 아니고 무릎에 딱 얹어놓으시더라.
그러고 끝까지 보셔. 다 보고 나서야 다시 돌리시고.
웃긴 건 보시면서 아무 말도 안 하신다는 거야.
혀를 차시는 것도 아니고 한숨을 쉬시는 것도 아니야. 그냥 보셔. 그러다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른 데로 돌리시고.
내가 몇 번 말을 걸어봤는데 대답을 안 하시더라.
궁금해서 엄마한테 물어봤어. 아빠 저거 왜 저러시냐고.
엄마가 그러시더라. 그냥 두라고. 아빠가 저기서 뭘 확인하고 계신 거라고.
무슨 확인이냐고 더 물으니까 엄마도 대답을 안 하셨어. 그래서 나도 안 물어보기로 했다니까.
불나방 아빠도 하시는 거 아니냐?
칼손 그걸 왜 딸한테 말하냐.
돌부처 우리 아빠도 그래.
돌부처가 우리 아빠도 그렇다고 하니까 다들 조용해졌어. 다들 집에 그런 대목이 하나씩 있는 거지.
생각해보니까 나도 있어.
단톡방을 넘기다가 어떤 이름에서만 손이 멈추거든. 열지도 않고 그냥 멈춰. 그러고 다시 넘겨.
멈추는 데가 있으면 그게 신경 쓰이는 데잖아. 아빠 리모컨도 똑같은 거였어.
나는 종목도 모르고 아빠가 뭘 하시는지도 모르는 애다. 여쭤볼 생각도 없고.
근데 어디서 리모컨을 내려놓으시는지는 보이잖아. 그 대목이 아빠가 제일 신경 쓰는 대목인 거고. 그거 하나 아는 걸로 나는 됐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집에서 누가 어디서 멈추는지 한 번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