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도 아닌데 사촌 언니가 집에 왔거든. 첫 월급을 받았다고 엄마한테 봉투를 주러 온 거다.
밥 먹다가 언니가 폰을 꺼내더라. 계좌 만들었다고 화면을 보여주는데, 아래쪽은 손으로 가리고 위쪽만 보여주더라니까.
동아리방 애들은 순서가 이렇거든. 먼저 하고 나중에 말한다.
언니는 반대야.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시작하는 거다. 뭘 어떻게 하는 게 맞냐고 밥상에서 계속 물어보더라.
엄마는 잘 모른다고만 했어. 아빠는 아예 대답을 안 하고 밥만 먹더라.
솔직히 나는 할 말이 없었거든. 나는 주식을 하나도 모르는 애잖아.
동아리방에서 제일 많이 본 게 뭐냐면, 처음에 남이 해준 말대로 하다가 잘 안 되면 그 사람을 원망하는 거야. 그리고 그 둘은 그다음부터 어색해지더라.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 잘 모르는 애가 아는 척하면 그건 두 사람을 다 망치는 거라니까.
불나방 물어보면 알려줘야지.
불나방은 이런 애야. 근데 저러다 사이 틀어지는 거 여러 번 봤다니까.
숫자 얘기는 안 하고 마음 얘기만 했어. 처음 몇 달은 자기가 좀 이상해질 거라는 것.
밥 먹다가 폰을 보게 된다든가, 자기 전에 한 번 더 보게 된다든가. 그거 다 지나가는 거니까 놀라지 말라고 했다.
언니가 그 말은 좀 마음에 들었나 봐. 나갈 때 나한테 그거 어떻게 아냐고 묻더라.
동아리방에서 매일 보는 거라 안다고 했다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알려줄 게 없어. 근데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하나는 되잖아.
시작하는 사람 옆에서 제일 많이 다치는 건 옆에서 아는 척한 사람이더라.
언니한테는 그냥 밥이나 자주 먹자고 했거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니까.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