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를 앞둔 날, 대출대 앞에 평소보다 긴 줄이 섰습니다. 저녁 무렵엔 무인 대출기 앞까지 줄이 이어졌죠.
맨 앞 손님은 장바구니를 들고 오셨습니다. 연휴 동안 문을 닫는다는 안내를 보고 한도까지 채워 가신다고 하시더군요.
공공도서관 상당수가 설과 추석 같은 명절 연휴에 문을 닫죠. 며칠을 쉬는지는 관마다 다르죠. 연휴 전체를 닫는 곳도 있고, 당일만 닫는 곳도 있고요.
손님들이 가장 많이 물으신 건 이거였습니다. "우리 동네 관은 언제 여느냐." 저희도 대답은 해당 도서관 공지를 보시라는 것밖에 드릴 수 없었습니다. 같은 시·구 안에서도 관마다 휴관일이 다르거든요.
기다리던 분들 말씀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한 손님은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에서 읽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긴 연휴라 얇은 책 여러 권을 고르셨죠. 다른 손님은 반대였습니다. 가족 모임에 안 가고 집에 있을 거라 두꺼운 책 한 권을 드디어 읽겠다고 하시더군요. 아이 손을 잡고 온 이웃은 아이 책만 스무 권 가까이 빌려 가셨습니다. 연휴에 아이랑 할 게 없다고 웃으시면서요.
사람마다 연휴를 쓰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대출대에서 보면 책 더미로 드러납니다.
손님들과 나눈 이야기 중 쓸모 있던 것만 추립니다.
반납일이 휴관일에 걸리면 대개 다음 개관일로 넘어가죠. 다만 관마다 규정이 다르니 확인하시는 게 좋겠죠. 무인 반납함은 휴관 중에도 쓸 수 있는 곳이 많죠. 연휴 앞두고 대출 권수를 늘려주는 관도 있다고 손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장바구니 손님이 한도를 꽉 채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고요. 전자책 대출은 문을 닫아도 됩니다. 앞서 도서관 앱으로 되는 일을 적었는데, 연휴엔 그쪽이 요긴하죠.
문이 닫히는 날은 책이 서가를 떠나 사람 곁으로 가는 날이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문을 열자 반납함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중 몇 권엔 기차표가 끼워져 있더군요. 앞서 반납된 책에서 나오는 물건을 적었는데, 명절 뒤엔 그런 게 유독 많습니다.
그 장바구니 손님은 아직 안 오셨죠. 다 읽으셨을지, 반쯤 남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괜찮겠죠. 쉬는 날을 어떻게 채울지 스스로 골라 들고 간 것, 그걸로 이미 그분의 연휴는 그분 것이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