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이라고 애들이 다 같이 나간 적 있거든. 넷이서 문구점이랑 옷 가게를 돌았어.
돌면서 보니까 애들이 물건 집는 방법이 다 다르더라. 이게 지금도 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떤 애는 물건을 그냥 집어. 마음에 들면 집고 아니면 놓고.
어떤 애는 집기 전에 뒤집어봐. 가격표부터 보고 그다음에 마음에 드는지를 보는 거다. 순서가 아예 반대인 거잖아.
이게 취향 차이가 아니라니까. 그 애한테는 그 순서를 바꿀 수가 없는 거거든.
그날 제일 잘한 건 한 명이었어. 그 애가 갑자기 다 같이 돈 모아서 하나만 고르자고 하더라.
그러면 각자 얼마씩 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잖아. 자연스럽게 다 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
나는 그 생각을 못 했거든. 그 애는 아마 자기가 겪어봐서 아는 걸 거라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가게 가면 애들 손을 보게 되거든. 뭘 집냐가 아니라 어디서 손이 멈추냐를 보는 거다.
이거 알고 나서 제일 크게 바뀐 건 내가 말을 덜 하게 된 거야. 예전에는 좋아 보이는 거 있으면 이거 어때, 하고 막 들이밀었거든.
근데 그게 그 애한테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더라. 좋다고 하면 사야 되는 거고 별로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잖아.
웃긴 게 몇 달 지나니까 그날 뭘 줬는지 기억하는 애가 없어.
다들 기억하는 건 넷이서 그 가게를 돌아다닌 거더라. 뭘 줬는지가 아니라 같이 골랐다는 게 남은 거다.
그러니까 얼마짜리였는지는 진짜 아무도 안 따지긴 해. 그때는 그게 제일 커 보였는데.
지금은 애들 생일 다가와도 내가 먼저 뭐 하나 고르자는 말을 안 하거든. 누가 꺼내면 그때 돈 모으는 쪽으로 돌린다.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날 못 나올 뻔한 애가 나오게 되더라. 나오는 게 제일 중요한 거잖아.
선물 하나 때문에 자리에 못 오는 애가 생기면 그건 생일이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