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골목에서 같은 시간에 수레를 자주 마주칩니다. 저는 그분과 인사를 나눈 적은 없어요.
비 오는 날에는 상자 위에 비닐을 덮고 끈으로 두 번 묶으시더라고요. 젖으면 무게가 달라진다고 이웃이 알려줬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 궂은 날씨를 그냥 풍경으로 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에게는 그게 곧 일의 조건이더라고요.
같은 비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소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게인걸요. 저는 그 차이를 그 골목에서 배웠어요. 창 안쪽과 바깥쪽이 이렇게 다른 셈이군요.
같은 하루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도착한다.
이런 얘기는 뉴스에서도 가끔 다뤄집니다. 숫자와 함께 나오죠.
그런데 골목에서 직접 보면 숫자는 잘 안 떠오르고 끈을 묶는 손만 보이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문제로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그냥 하루로 보이는걸요. 저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크게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해결인지는 제가 아는 영역이 아닙니다. 아는 척하고 싶지도 않고요.
다만 오래 앉아 있는 걸 잘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알겠어요.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도는 일에는 꽤 큰 성실함이 든다는 것요. 저는 그 규칙성 앞에서 좀 조용해지더라고요.
도와드릴까 물어야 하나 망설인 적이 있어요. 결국 못 물었네요.
괜한 참견이 될까 봐서요. 그게 배려인지 비겁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걸요. 다만 함부로 딱하게 보는 눈길이 도움보다 무례할 때도 있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수레가 지나가고 나면 골목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저는 창가에 그대로 앉아 있고요.
이런 장면을 보고 나면 하루가 조금 무거워지는걸요. 그 무거움을 굳이 털어내려 하지는 않습니다. 잘 사는 일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두는 정도는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