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놓으면서 얘기가 시작됐어요.
강미연 이걸 몇 해를 썼는데 이 회사한테 돈을 낸 기억이 없대요. 이웃 언니도 그러더래요.
박예슬 그럼 이 회사는 뭘로 버는 건가요? 우리가 안 내면 누가 내는 건데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카드값은 제가 산 물건값이지 이 회사한테 준 게 아니잖아요. 갈라 놓고 보니 내는 쪽이 우리가 아니었던 셈이죠.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우리가 카드를 내밀면 가게는 그 값을 다 받는 게 아니래요. 거기서 얼마가 떼여서 카드 쪽으로 간다는 말이에요.
저는 이걸 시장 거간으로 옮기니까 단번에 알아들었어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서서 붙여 주고 삯을 받는 자리가 있잖아요. 사는 쪽은 삯을 안 내고 파는 쪽이 내는 셈이죠.
강미연 그래서 가게에서 카드 말고 현금으로 하면 안 되겠냐고 묻는 데가 있는 거래요.
이건 저도 처음 들었어요. 떼어 간 걸 한 집이 다 갖는 게 아니라 나눠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카드를 내준 집이 한 몫을 갖고, 가게를 모아 둔 집이 한 몫을 갖고, 그 사이를 오가게 해 주는 길이 또 한 몫을 갖는 셈이죠. 앞에서 은행이 어떻게 버는지 알아봤잖아요. 그때도 자리마다 몫이 나뉘어 있었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말이에요.
박예슬 그럼 우리가 보는 이름 하나가 그 셋을 다 하는 건 아니라는 건가요?
집집마다 다르다고 했어요. 셋 중 둘을 겸하는 데도 있고 하나만 하는 데도 있다는 말이에요.
한 번에 다 내지 않고 나눠 내겠다고 하면 그만큼 얹어서 내게 되잖아요. 그것도 이 집 살림의 한 자리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카드가 많이 쓰이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어떻게 쓰이느냐가 같이 걸리는 셈이죠. 같은 한 장이라도 자리마다 남는 게 다른 셈이죠.
이 대목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왜 카드를 만들면 뭘 얹어 준다고들 하는지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쓰는 사람이 많아야 가게가 받아 주고, 받아 주는 가게가 많아야 사람이 그 카드를 들고 다니잖아요. 한쪽만 늘려서는 굴러가지 않는 자리인 거예요. 앞에서 편의점 회사가 가맹점에서 번다는 걸 알아봤는데, 그쪽은 가게만 늘리면 되지만 이쪽은 양쪽을 같이 늘려야 하는 셈이죠.
강미연 그래서 처음에 뭘 얹어 주고 사람부터 모으는 거라던데요.
여기서 한 가지가 더 나왔어요. 이 삯은 그 집이 알아서 정하는 게 아니래요.
가게가 내는 자리라서 정해진 절차를 밟아 다시 정한다고 했어요. 그러니 이 집 살림은 자기 뜻만으로 굴러가지 않는 말이에요. 앞서 전기 요금을 자기가 못 정한다는 얘기를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 결하고 닮았어요.
다만 어느 집이 어디서 얼마나 남기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려운 자리인 거예요. 그건 미연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우리가 내는 게 아니라 가게 쪽이 낸다는 것, 그 삯을 여러 자리가 나눠 갖는다는 것, 나눠 내는 데서 또 한 자리가 생긴다는 것, 양쪽을 같이 늘려야 하는 장사라는 것, 그리고 삯을 마음대로 못 정한다는 것.
어느 카드가 나은지는 저희가 정할 얘기가 아닌 말이에요. 다만 카드를 내밀 때 이 삯을 누가 내고 있는지는 이제 알고 내밀게 됐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