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라고 동아리방에서 다들 책을 폈거든. 조용해서 나도 공부하는 줄 알았어.
한 애 책이 삼십 분 동안 같은 쪽이더라. 페이지가 안 넘어가. 눈은 책에 있는데 눈동자가 안 움직인다니까.
처음엔 정신 차리라고 할까 했어. 근데 안 했다. 그런 말로 돌아왔으면 진작 돌아왔겠지.
마음이 딴 데 가 있을 때는 몸만 책상에 있잖아. 그거 억지로 붙잡아 놓으면 시간만 가더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기가 한심해지기까지 하고.
칼손 나는 그럴 때 아예 덮어. 붙잡고 있어봐야 소용없더라.
돌부처 나는 십 분만 딴짓하고 다시 펴.
물어보면 이유가 다 달라. 집에 일이 있는 애도 있고, 친구랑 틀어진 애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안 되는 애도 있어.
우리 방 애들은 그중에 한 갈래가 더 있지. 딴 데 신경 쓰느라 책이 안 들어오는 거. 그건 나도 겪어봐서 알거든.
시험 기간에 하필 그런 게 겹치면 두 개 다 망하잖아. 그래서 우리 방은 시험 기간에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
방에서 그 얘기 자체를 안 하기로 했거든. 궁금해도 참고, 서로 안 묻고.
처음엔 애들이 답답해했어. 근데 며칠 지나니까 방이 확실히 조용해지더라. 아예 말이 안 나오니까 생각도 덜 나는 거지.
불나방 근데 이거 진짜 힘든데. 입이 근질거려.
불나방이 제일 힘들어했어. 그래도 지키긴 하더라.
내가 본 건 이거야. 딴 데 가 있는 마음은 혼내서 안 돌아오고 시간이 지나야 돌아오더라.
그러니까 그동안 자기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니까. 한심하다고 스스로 때리는 애가 제일 늦게 돌아오거든.
오늘 책 한 쪽도 못 넘겼으면 그냥 그런 날인 거다. 내일 넘기면 되잖아. 나는 공부 얘기는 잘 모르지만 그 마음은 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