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손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고수가 나와. 닿은 데가 얼어붙고, 상대 내공까지 굳어.
그런 인물이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면 대개 답이 같아. 북해빙궁.
나는 처음에 진짜 있는 곳인 줄 알았어. 지도에서 찾아봤지. 당연히 없었어.
북해빙궁은 무협 속 문파야. 이름 그대로 북쪽 바다 끝, 얼음으로 된 궁이지.
무협 지도는 세 덩이만 알면 된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중원, 새외, 강남. 북해빙궁은 새외, 그것도 제일 먼 끝에 있어. 중원 사람들이 잘 모르는 데지.
그래서 거기서 오는 인물은 대개 낯설고 차가워. 말투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
무협은 문파가 사는 땅이랑 무공을 묶어. 사천당가가 독이랑 암기를 쥔 것처럼, 북해빙궁은 추위를 쥐고 있어.
얼음 위에서 평생 산 사람이니까 냉기를 다루는 무공이 나오는 거지. 한빙장 같은 이름이 자주 붙어. 차가운 손바닥으로 친다는 거야.
이게 무협이 무공을 만드는 방식이야. 어디서 자랐는지가 뭘 쓰는지를 정해. 그러니까 북쪽 끝이 아니면 얼음 무공이 어색해지는 거야.
북해빙궁은 대개 중원 일에 잘 안 끼어들어. 멀리 있으니까. 정파도 사파도 아닌 채로 자기 궁만 지켜.
그러다 무슨 일이 생겨서 중원에 내려오면 판이 흔들려. 아무도 그 무공을 상대해본 적이 없거든. 상성 얘기할 때 센 놈이 약한 놈한테 지는 이유를 적었는데, 낯선 무공은 그 자체로 상성이 돼.
객잔에서 한여름에 이 대목을 읽던 손님이 있었어. 부채질하다가 부채를 내려놓더라. 읽기만 해도 시원하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았어. 무협이 주는 게 그런 거잖아. 지금 여기가 아닌 데로 잠깐 다녀오는 거.
중원 밖 먼 데서 온 인물 중에 좋아하는 놈 있으면 알려줘. 그 동네 얘기 같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