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들었다면서 얘기를 꺼냈어요.
강미연 같은 이름의 코인인데 이쪽 장부에 있는 건 저쪽에선 못 쓴대요. 옮기려면 따로 손을 봐야 한다더라고요.
박예슬 같은 이름인데 왜 못 쓰는 건가요? 그건 확인된 얘긴가요?
앞에서 코인이랑 토큰이 어떻게 갈리는지 알아봤잖아요. 그때 장부가 집집마다 따로 있다는 데까지 들었는데, 그 장부끼리는 서로를 아예 모른다는 게 오늘 새로 안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장부 하나는 자기 안에서 벌어진 일만 적어요. 옆 장부에 뭐가 적혔는지는 들여다볼 길이 없는 거예요.
저는 이걸 서랍 속 외국 동전으로 옮기니까 알아들었어요. 예슬 언니가 여행 갔다 받아 온 동전을 꺼내 놨는데, 분명 돈은 돈인데 여기 가게에서는 아무도 안 받잖아요. 그 나라 안에서만 도는 돈인 셈이죠.
박예슬 그럼 옮긴다는 건 뭘 어떻게 한다는 건가요?
여기가 핵심이었어요. 옮긴다고 해서 물건이 건너가는 게 아니래요.
원래 있던 장부에 그걸 묶어서 세워 두고, 건너편 장부에는 그만큼을 적은 표를 새로 하나 내준대요. 그러니까 건너간 게 아니라 맡겨 두고 표를 받아 온 거예요. 돌아올 때는 그 표를 없애고 세워 뒀던 걸 풀어 준다고 했어요.
강미연 공항 환전 창구랑 똑같다던데요. 맡긴 돈은 창구 금고에 그대로 있는 거래요.
그 창구를 다리라고 부른다고 들었어요. 이쪽과 저쪽을 이어 준다는 뜻인 거예요.
이 대목에서 예슬 언니가 바로 짚었어요.
박예슬 표는 저쪽에 있고 진짜는 이쪽 금고에 있는 거잖아요. 그 금고가 털리면 저쪽 표는 뭐가 되는 건가요?
그게 이 얘기의 무서운 자리래요. 금고가 비면 건너편 표는 뒤에 받쳐 줄 게 없어지는 셈이죠. 그래서 다리 쪽이 털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했어요. 값나가는 게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노리는 쪽에서 보면 제일 크게 걸린 자리인 거예요.
금고를 누가 지키느냐도 집집마다 다르대요. 여러 곳이 열쇠를 나눠 갖는 데도 있고 한 곳이 다 쥐고 있는 데도 있다고요. 어느 쪽이 얼마나 튼튼한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려운 말이에요.
앞에서 이더리움 옆에 길을 하나 더 냈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그때 본길로 돌아올 때 기다림이 있다고 했는데, 그 기다림이 여기 이 확인 절차하고 같은 결이었어요.
저쪽에서 적은 게 맞는지 들여다볼 틈을 두는 것과, 금고에 든 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 둘 다 건너는 자리에서는 한 박자 쉰다는 얘기인 거예요.
장부는 자기 안만 안다는 것, 옮긴다는 건 맡겨 두고 표를 받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맡아 둔 금고가 제일 약한 자리라는 것, 그리고 건너는 자리에는 늘 확인하는 틈이 있다는 것.
어느 다리가 안전한지는 저희가 정할 얘기가 아닌 말이에요. 다만 옮긴다는 말을 들으면 이제 하나는 물어봐요. 그럼 원래 것은 어디에 세워져 있는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