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오전 단전 안내"가 붙어 있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걸 못 보셨다고요.
그날 아침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불이 안 들어오자 "정전이다!" 하고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셨답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정전이 아니라 단전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정전과 단전은 둘 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불이 꺼지고, 냉장고가 멈추고, 엘리베이터가 서고, 휴대폰 충전이 안 됩니다. 겪는 일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정전은 고장이나 사고로 전기 공급이 끊긴 것이고, 단전은 점검이나 공사, 요금 문제 같은 이유로 일부러 전기 공급을 끊은 것입니다.
정전은 예상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선이 끊기거나, 설비가 고장 나거나, 날씨 때문에 사고가 나서 전기가 멈춥니다. 누가 끊기로 한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정전은 대개 안내 없이 갑자기 옵니다. 언제 돌아올지도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단전은 누군가 계획해서 끊은 상태입니다.
아파트 전기 설비 점검, 공사, 요금이 오래 밀린 경우 같은 것들입니다. 계획된 일이라 대개 미리 안내됩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도 정해져 있죠. 엘리베이터의 안내문이 그 표시였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름 하나로 어디에 전화해야 할지가 갈립니다. 그날 그 분도 안내문을 먼저 보셨다면 냉장고 문을 덜 열어두셨겠지요.
단전이라면 안내문에 적힌 시간을 확인하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냉장고 문은 되도록 열지 않는 쪽이 좋습니다.
정전이라면 우리 집만인지 동네 전체인지부터 보시고, 관리사무소나 전력 회사에 알리시면 됩니다. 구체적인 신고 방법은 관리 주체와 전력 회사 안내를 따르시면 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은 같습니다. 안내가 있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