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어른한테서 동네 목욕탕이 곧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거기를 가본 적이 없는데도 마음이 좀 내려앉더라고요.
이상한 일이네요. 이용하지도 않던 곳인데요.
지나다니면서 굴뚝만 봤어요. 겨울에 하얀 김이 올라오면 아, 오늘 춥구나 했고요. 그게 전부였는걸요. 그런데 없어진다니까 뭔가 하나가 빠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안내문 앞에 이웃 어르신 한 분이 서서 한참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그분은 다니시던 분이겠지요. 저처럼 그냥 지나다니기만 한 사람도 발이 멈추는데, 다니시던 분은 어떠셨을까 싶었네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쉬워하는 건 그 건물이 아닌 것 같아요.
세 번째가 제일 큰 것 같아요. 늘 거기 있던 게 없어지면, 늘 거기 있다고 믿었던 다른 것들도 갑자기 흔들려 보이더라고요.
이런 소식이 무거운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요.
가게 사정이 있고, 다니는 사람이 줄었고, 오래 버티신 거겠지요. 아쉬워하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안 바뀌는걸요. 그래서 아쉬움이 갈 데 없이 그냥 남아요.
그런 마음은 어디에 두기가 참 애매하더라고요. 화를 낼 데도 없고, 누구 잘못도 아니고요.
바꿀 수 없는 걸 미워하지 않기로 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더라고요.
없어지고 나면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잠깐씩 떠올리게 돼요. 그게 좀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는 것도요. 그날 안내문 앞에 서 있던 그 어르신하고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같은 걸 아쉬워하고 있었던 거겠지요. 그런 게 동네인 것 같아요.
이런 밤에는 뭘 해도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러니 억지로 정리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다만 아직 남아 있는 곳 중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데가 있으면, 그건 좀 앞당기셔도 좋겠네요. 미뤄둔 것이 닫히는 걸 한 번 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미루는 게 좀 무서워지는걸요.
없어진 자리를 오래 서운해하는 마음은 유난한 게 아니에요. 그만큼 오래 그 자리를 봐왔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