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운 것과 어색한 것이 같이 오더라고요. 저는 그 조합이 늘 어렵습니다.
커피가 반쯤 남았을 때 서로 휴대폰을 한 번씩 봤어요. 그 몇 초가 길게 느껴졌네요.
예전에는 같은 하루를 살아서 할 말이 저절로 있었습니다. 같은 사람 얘기, 같은 장소 얘기가 있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그 공통분모가 줄어드는걸요. 남는 건 지난 얘기와 안부뿐이겠지요. 사이가 나빠진 게 아니라 겹치는 오늘이 없어진 셈이군요.
함께한 시간은 남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없으면 말은 줄어든다.
그래서 대개 옛날 얘기부터 꺼냅니다. 그때 그랬지 하는 것들로요.
그런데 그건 몇 번 하고 나면 바닥이 나더라고요. 그러고 나면 서로 요즘 어떠냐를 물을 수밖에 없는데, 그 답이 대개 짧은걸요. 잘 지낸다는 말로는 이어지는 얘기가 안 생기겠지요.
몇 년치를 몇 분에 넣으려니 말이 안 나오는 것도 있어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요.
그러면 결국 제일 무난한 문장으로 줄이게 되더라고요. 별일 없다고요. 별일이 없었을 리가 없는데도 그렇게 되는걸요.
큰 근황 대신 저는 요즘 하는 사소한 것부터 말해요. 요즘 뭘 자주 먹는다거나 어떤 길로 다닌다거나 하는 정도로요.
그런 건 답하기가 쉬워서 대화가 조금 굴러가더라고요. 큰 질문은 문이 무겁고 작은 얘기는 문이 가벼운 셈이겠지요. 저는 그래서 늘 작은 쪽부터 엽니다.
어색했다고 그 자리가 실패한 건 아니더라고요. 몇 년 만에 얼굴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남는 게 있으니까요.
돌아오는 길에 조금 허전하셨다면, 그건 그 사람이 여전히 소중해서겠지요. 다음에 또 어색하더라도 저는 그런 자리를 아주 접지는 않으려고 하는 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