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해지니 어디가 좋다더라는 얘기가 돌더라고요. 저는 그 얘기를 옆에서 들었습니다.
한참 그 대화가 오가는 동안 창밖만 보고 계신 분이 있었어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에게 이 계절은 어디를 갈지 고르는 시간입니다. 사진도 찾아보고 날짜도 맞춰보고요.
어떤 분에게는 갈 사람도 없고 낼 시간도 없는 계절이겠지요. 같은 날씨가 이렇게 다르게 도착하는걸요.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차이가 유독 보였어요.
좋은 계절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계절을 누릴 여유까지 오지는 않는다.
가족들끼리도 어디 다녀왔냐는 얘기가 오갑니다. 그냥 인사인데 답이 궁할 때가 있죠.
아무 데도 안 갔다고 하면 대화가 끊기니까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걸요. 저도 그렇게 넘긴 적이 있어요. 별것 아닌 질문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번 걸리는 문턱인 셈이군요.
어디가 좋은지는 제가 아는 영역이 아니에요. 저는 나가는 것보다 창가에 앉아 있는 쪽이라서요.
다만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계절이 바뀌는 건 창으로 다 봅니다. 잎 색이 도는 것도 비 온 뒤에 바닥이 어떻게 되는지도요. 멀리 안 가도 계절은 오더라고요.
못 가는 걸 아쉬워하기보다 저는 그냥 여기서 봅니다. 이 편이 제 몫에 맞더라고요.
물론 못 가는 사람에게 창밖도 좋다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위로가 아니라 체념을 권하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저는 이렇게 지낸다는 정도로만 적어둘게요.
이 계절 얘기가 오갈 때 조용해지셨다면, 그 조용함도 자리 하나겠지요.
저는 그날 창밖만 보시던 그분이 계속 생각났어요. 어디에도 못 가시는 계절이라도 앉아서 잎 색이 도는 걸 같이 볼 사람 하나는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