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서운하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정말로 서운해진 적이 있더라고요.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해지고, 맞다고 하면 내가 아닌 게 되고요. 어느 쪽으로 답해도 진 것 같은 기분이 남는걸요.
그래서 대개는 그냥 웃고 넘기게 되더라고요.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자리에 그만큼의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넘어간 말은 사라지지 않네요. 그날 밤에 혼자 앉아서 아까 뭐라고 말했어야 했나를 되짚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군요.
상대가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경우는 오히려 적더라고요. 대개는 걱정에서 나온 말이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자주 나오는걸요.
그런데도 답답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답답함의 정체는 감정이 틀리게 불린 것보다도, 고쳐 말할 틈이 없었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그럴 때 전부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게 됐어요. 그건 힘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대신 하나만 고쳐요. "서운한 건 아니고 그냥 좀 지쳤어"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전부 설명하지 않아도 방향만 돌려놓으면 대화가 다시 내 쪽으로 오는걸요.
그마저도 어려운 날이 있죠. 그런 날은 그냥 안 하셔도 돼요. 모든 오해를 그날 안에 풀어야 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내 마음을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 나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이 먼저 말해버리면 더 흔들리는 거겠지요.
이 얘기를 쓰면서 좀 찔렸어요. 저도 가까운 사람한테 "너 지금 힘들지"라고 먼저 말해버린 적이 있거든요.
걱정이었지만, 받는 쪽에서는 자기 마음을 뺏긴 것처럼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물음표를 붙이려고 해요. 정해서 말하지 않고 물어보는 걸로요.
"힘들지"와 "힘들어?"는 한 글자 차이인데 남는 자리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앞의 말은 결론이고 뒤의 말은 자리를 비워두는 말이네요.
넘겨짚힌 말 때문에 답답했던 날이 있으셨다면, 그 마음은 예민한 게 아니에요. 자기 마음을 자기가 부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인걸요. 여기서는 천천히 고쳐 말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