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오래 있어도 아무것도 안 묻는 애가 있거든. 궁금한 게 없어서가 아니야.
물어보면 모르는 게 들통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게 창피하다고 여기는 애들이 꽤 있더라.
근데 신기한 게 방마다 하나씩 있거든. 그걸 대신 물어봐주는 애.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는데 딱 그 타이밍에 자기가 물어보더라. 그것도 자기 질문인 것처럼 말끝을 흐리면서.
불나방 아 그거 저도 잘 모르는데 뭐예요?
불나방이 이럴 때가 있어. 평소엔 다 아는 척하는 애가 저러면 나는 바로 알아채거든.
웃긴 게 대신 물어보는 애는 대체로 그걸 알고 있더라. 모르는 척을 해주는 거다.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돼주면 진짜 모르는 애가 안 창피해지잖아. 그 한 번으로 방 하나가 편해지는 거라니까.
돌부처 저건 아무나 못 해.
부장 되고 나서 한참 뒤에야 저걸 알았거든. 그전에는 모르는 애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했어.
그게 도와주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물어보라고 하는 순간 그 애는 방 전체 앞에서 모른다고 말해야 되는 거잖아.
그래서 지금은 내가 먼저 모르겠다고 말한다니까. 부장이 모르면 다들 좀 편해지더라.
이 역할이 제일 티가 안 나거든. 대신 물어봐준 애한테 고맙다고 하는 애를 나는 아직 못 봤어.
당연하지, 대신 물어봤다는 걸 아는 사람이 둘밖에 없으니까. 물어본 애랑 나 정도라니까.
그래서 나는 가끔 그 애한테 따로 말해준다. 아까 그거 고마웠다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알려주는 건 못 해. 근데 누가 방을 편하게 만드는지는 보이잖아.
제일 시끄러운 애가 방을 만드는 게 아니더라. 대신 모르는 척해주는 애가 만드는 거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긴 해.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