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오히려 조심스러웠어요. 축하한다고 했더니 잠깐 뜸을 들이더라고요. 좋은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하고요.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어요.
아무것도 없을 땐 잃을 것도 없죠. 그런데 뭔가가 생기는 순간 그것을 잃을 가능성도 같이 생겨요. 그래서 기쁨과 불안이 한 묶음으로 오는걸요.
기뻐하지 못하는 게 성격이 어두워서가 아니더라고요. 마음이 새로 생긴 것을 지키려고 곧바로 일하기 시작한 거겠지요.
우리는 좋은 일 앞에서 자주 미리 걱정해요. 김칫국 마시지 말자, 잘 안 될 수도 있다 하면서요. 그렇게 해두면 나중에 어긋나도 덜 아플 것 같으니까요.
행복은 대개 고통이 잠시 멎은 상태로만 찾아온다.
그런데 미리 걱정한다고 나중이 덜 아프지는 않더라고요. 아픔은 그때 가서 그만큼 오고, 대신 지금의 기쁨만 깎이는 셈인걸요. 두 번 손해를 보는 계산이겠지요.
좋은 일이 오면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를 따지게 되기도 해요. 운이었던 것 같고, 곧 들킬 것 같고요. 그런 마음이 들면 기쁨이 앉을 자리가 없어져요.
저는 그럴 때 자격 얘기는 잠깐 미뤄둬요. 어차피 지금 판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대신 오늘 있었던 일만 사실대로 적어둡니다. 좋은 일이 있었다, 정도로요.
기쁨이 짧은 건 우리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원래 오래 머물지 않는 손님에 가깝더라고요. 그러니 짧게 왔다 가는 걸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있는 동안만 알아봐 주면 되는걸요.
오늘 좋은 일이 있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다면, 그 불안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지킬 것이 생긴 사람에게 오는 마음이더라고요. 축하와 불안이 같이 온 밤이라면, 그 둘을 같이 앉혀두어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