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분식집에서 밥 먹는데 옆자리 아저씨들 목소리가 컸거든. 안 들으려고 해도 다 들리더라.
한 분은 국물이 식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고, 한 분은 계속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어.
듣다가 좀 웃겼어. 동아리방에서 애들이 하는 말이랑 순서가 똑같더라니까.
한 분이 요즘 통 재미가 없다고 하니까, 다른 분이 자기도 그렇다고 하고, 그러다 둘이 같이 한숨 쉬고. 우리 방에서 매일 나오는 흐름이잖아.
나이가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데 하는 말이 같다는 게 신기했어.
근데 다른 게 하나 있더라. 어른들은 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데로 넘어가.
집 얘기, 애들 학원 얘기, 몸 어디가 안 좋다는 얘기. 그러다 다시 돌아왔다가 또 넘어가고.
우리 방 애들은 그게 안 되거든. 한번 그 얘기 시작하면 두 시간을 그것만 한다니까.
동아리방에서 아저씨들 얘기를 전해줬어. 애들 반응이 재밌더라.
불나방 어른들도 똑같구나. 좀 안심된다.
칼손 나는 좀 무섭던데. 그 나이 돼서도 저러고 있으면 어떡하냐.
돌부처 딴 얘기로 넘어가는 게 부럽다.
돌부처가 저 말 했을 때 방이 조용해졌어. 셋 중에 저게 제일 정확한 말 같았거든.
밥 다 먹고 나오면서 그 자리를 한 번 더 봤거든. 두 분이 아직도 앉아 계시더라. 국물은 진작 식었고 얘기는 아직 안 끝났어.
계산하고 나오는데 뒤에서 웃음소리가 났다니까. 조금 전까지 한숨 쉬던 분들인데. 그 웃음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더라.
나는 아직 잘 모르는 애지만 그날 하나는 배웠어.
그 얘기만 두 시간 하는 사람보다 중간에 딴 얘기로 넘어갈 데가 있는 사람이 덜 지치더라. 넘어갈 데가 없으면 그 안에서만 계속 도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 방도 요즘은 일부러 딴 얘기를 섞어. 급식 얘기든가 시험 얘기든가. 그거 하나 넣었다고 방 공기가 좀 나아졌다니까. 동아리방은 그렇게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