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고 오는 길에 이웃 언니를 만났는데 대뜸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디 가면 눈을 찍어주는 기계가 있고, 찍으면 코인을 준대요. 자기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걸 찍는대, 하고 두 번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눈을 왜 찍어요. 이름은 월드코인이라던데요.
박예슬 눈을 찍어서 뭘 하려는 건가요? 그것부터 정하고 가요.
남편한테 물었더니 영상을 하나 보여주더라고요. 거기서 하던 말을 옮기면 이래요.
요즘은 화면 너머에 있는 게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분이 잘 안 된대요. 글도 쓰고 말도 하고 목소리도 흉내를 내니까요. 그래서 이 사람은 진짜 사람이다, 하는 표를 하나 만들어서 나눠주려는 거라던데요.
신미혜 아파트 출입증 같은 거예요. 안에 누가 사는지까지 적힌 게 아니라 여기 사는 사람 맞다는 것만 확인해 주는 셈이죠.
그 표는 한 사람이 하나만 가져야 뜻이 있대요. 한 사람이 열 개를 받아 가면 사람 수를 세는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여기가 저도 제일 궁금했던 대목이에요. 왜 하필 눈이냐고 물었어요.
이름이나 전화번호는 남의 걸 빌려 적을 수 있고 나라마다 있는 서류도 다르대요. 그런데 눈 안쪽 무늬는 사람마다 다르고 두 번 받으러 오면 걸린다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쓴다는 얘기였어요.
찍은 사진을 그대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숫자 뭉치로 바꿔서 그것만 남긴다고도 하더라고요. 다만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남는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저도 그 이상은 못 들었어요.
뉴스에서도 이 얘기가 나왔대요. 여러 나라에서 들여다보고 있고, 어떤 데는 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박예슬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다들 사진은 그냥 찍고 다니잖아요.
이웃 언니가 그 대목에서 한 말이 저는 오래 남더라고요. 비밀번호는 새는 것 같으면 바꾸면 되는데, 눈은 못 바꾸잖아, 하더라고요.
신미혜 도장은 잃어버리면 새로 파면 되는데 지문은 새로 못 파는 거예요. 그게 다른 셈이죠.
표만 나눠주면 될 텐데 왜 코인이 붙느냐고 물었더니, 세계 어디서든 똑같이 나눠주려면 그게 편해서라는 답이 왔어요. 나라마다 계좌를 여는 방법이 다르니까요.
받으러 오게 만드는 값이기도 하대요. 공짜로 뭘 나눠준다는 얘기는 앞서 코인을 왜 공짜로 준다는 건지 알아봤던 날에도 나왔어요. 그때도 결론은 비슷했어요. 그냥 주는 건 없고 무언가를 받아 가려고 준다는 거요.
지갑이 뭔지 알아본 날 얘기랑도 이어지더라고요. 받은 걸 어디에 두느냐, 그 열쇠는 누가 들고 있느냐는 물음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왔거든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표를 만들려는 것, 그 표를 한 사람이 하나만 갖게 하려고 몸에서 나온 걸 쓴다는 것, 그리고 몸에서 나온 건 새면 바꿀 수가 없다는 것. 제가 들고 온 건 딱 이 셋이래요.
좋은 거냐 나쁜 거냐는 저도 못 정하겠더라고요. 다만 언니가 마지막에 한 말은 적어 왔어요. 편하자고 내주는 건데 그게 못 바꾸는 거면 한 번은 더 생각해 보자고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