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밤에 우리 가게에서 제일 많이 보이던 건 문제집이었어요. 지금은 노트북이에요.
숫자를 세어본 건 아니지만 카운터에서 보면 확실히 달라졌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공부하시는 분들은 벽 쪽 구석을 좋아하셨어요. 조용하고 시선이 없는 자리요.
일하시는 분들은 콘센트를 먼저 보세요. 자리가 좋아도 콘센트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십니다. 그래서 저희도 몇 해 사이에 콘센트를 세 군데 더 냈어요.
한 가지 더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은 벽을 등지고 앉으세요. 화면이 뒤에서 안 보이게요. 그건 공부하실 때 없던 습관이에요.
이게 제일 큰 변화예요. 공부하는 가게는 조용했어요. 일하는 가게는 말소리가 납니다.
전화가 오고, 회의가 열리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처음엔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시나 걱정했는데, 요즘은 서로 그러려니 하시더라고요. 다들 같은 걸 하고 계셔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통화가 길어지시는 분께는 한 번은 여쭤봐요. 조용한 자리로 옮겨드릴까요, 하고요. 그건 눈치를 드리는 게 아니라 그분이 편하시라고 하는 말이에요.
예전엔 밤 아홉 시가 넘으면 사람이 빠졌어요. 지금은 그때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낮에는 다른 데서 일하시다가, 저녁 먹고 남은 걸 마저 하러 나오시는 거예요. 한 손님은 같은 자리에서 낮에는 화상 회의를 하시고 밤에는 문서를 쓰시더라고요. 충전기를 두 개 갖고 다니시는 것도 그때 봤어요.
그래서 마감 준비하는 시간이 뒤로 밀렸어요. 열한 시에 의자를 올리기 시작하면 그때 한창이신 분들이 계시거든요.
두 번째가 저한테는 큽니다. 날씨에 매출이 덜 흔들리게 됐어요.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비가 와도 어디든 앉아야 하니까요.
오래 앉아 계시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동안 물을 안 드세요.
커피만 두 잔 드시고 다섯 시간을 앉아 계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묻지도 않고 물컵을 갖다드려요.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아무 말도 안 붙이고요.
이웃 가게 사장님도 같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손님이 일터를 옮겨 온 건데, 일터에 있던 정수기는 안 따라왔다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 가게는 커피를 파는 데지, 사무실은 아니에요. 그런데 사무실처럼 쓰이고 있으면 사무실에 있는 것도 좀 갖다 놓는 게 맞더라고요.
가게가 조용한 것보다 사람이 뭔가 하고 있는 게 저는 좋아요. 밤에 혼자 문을 열어두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요.
다만 나가실 때 목이 뻣뻣해 보이시면 한마디는 해요. 오늘 오래 하셨네요, 하고요. 그거 들으려고 오시는 분도 있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