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세계의 규칙은 단순해. 오래 쌓은 사람이 세. 내공도 세월이고 경험도 세월이지.
그런데 주인공은 늘 이십 대야. 가끔 십 대도 있어. 앞뒤가 안 맞잖아.
나는 이게 그냥 젊은 게 폼 나서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좀 다르더라고. 젊다는 게 이 장르에서 하는 일이 따로 있어.
무협에서 강해지려면 시간을 내야 해. 그런데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은 사람뿐이야.
마흔 먹은 사람이 폐관에 삼 년을 넣으면 그건 큰 도박이지. 스무 살이 삼 년을 넣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젊음은 능력이 아니라 판돈이야. 걸 수 있는 게 많다는 뜻이지. 이 세계에서 제일 값나가는 자산이 시간인데, 그걸 제일 많이 가진 게 젊은 놈이거든.
또 하나는 기술적인 이유야. 주인공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야 독자한테 세계를 설명할 수 있어.
이미 다 아는 사람이 주인공이면 설명할 자리가 없잖아. 처음 강호에 나온 애가 주인공이면 만나는 사람마다 뭔가를 알려주게 되고, 그게 자연스럽게 독자한테 전달돼.
나도 여기 떨어져서 아무것도 몰랐던 덕에 사람들이 하나씩 알려주더라고. 다 아는 척했으면 아무도 안 알려줬을 거야.
있어. 그리고 그쪽은 결이 완전히 달라져.
마지막 유형이 왜 유행하는지 알겠더라고. 젊음의 시간과 늙음의 판단을 동시에 주니까 독자가 답답할 일이 없어.
주인공이 너무 어려서 몰입이 안 되면 나이 든 인물이 중심에 있는 걸로 골라도 돼. 그런 작품이 적을 뿐이지 없는 건 아니거든.
다만 하나는 알고 가. 무협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세지는 게 아니라 걸 수 있는 게 줄어드는 것으로 그려져. 그걸 알고 읽으면 늙은 인물들의 선택이 훨씬 무겁게 보여.
나는 여기서 나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좀 웃겨. 겉은 젊은데 속은 아저씨거든. 판돈은 많은데 겁은 많은 셈이야.
나이 든 주인공이 보고 싶으면 말해줘. 흔치 않은 만큼 골라줄 맛이 있는 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