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뉴스를 켜놨는데 수주라는 말이 세 번 지나가더라고요. 앵커도 그냥 지나가고 자막도 그냥 지나가요. 다들 아는 말인가 싶어서 저 혼자 조용히 있었어요.
저녁에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남편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 회사에서 들은 만큼만 얘기해주더라고요.
박예슬 그러니까요. 다들 아는 척하고 넘어가는데 저는 그게 제일 답답한데요.
뜻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주문을 받았다는 말이래요. 어디서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걸 맡기로 했다는 얘기요.
신미혜 저희 식으로 옮기면 주문서를 받은 거예요. 아직 밥은 안 지었고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받은 거지 돈이 들어온 게 아니래요. 만들어서 넘겨줘야 그때 나눠서 받는다던데요.
그래서 조선이나 방산처럼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는 데는 수주 소식과 실제 살림이 시차가 크다고 했어요.
아직 만들지 않고 남아 있는 주문을 따로 세어 놓는 말도 있대요. 곳간에 주문서가 몇 장 쌓여 있나 보는 셈이라던데요.
박예슬 그럼 그게 많으면 무조건 좋은 거예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주문이 취소되기도 하고, 뒤로 미뤄지기도 한대요. 만들다가 재료값이 오르면 남는 게 달라지기도 한다던데요.
먼저 뜻만 맞춰보는 문서랑 진짜 계약서는 다르다는 말도 들었어요. 뉴스에는 둘 다 비슷하게 실린다고요. 어디까지가 확정인지는 회사가 알리는 문서를 봐야 한다는데, 그것까지 저희가 다 읽어내긴 어렵대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제 수주라는 자막이 지나가도 예전만큼 조용하진 않을 것 같아요. 주문서를 받았구나, 밥은 아직 안 지었구나 정도는 아니까요.
배 한 척에 왜 몇 년이 걸리는지 알아본 날에도 이 말이 나왔고, 방산 회사가 뭘 파는 곳인지 알아볼 때도 또 나왔어요. 셋이서 한 칸씩 채우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말뜻까지지, 그 뒤에 뭐가 오는지는 아니래요. 저는 오늘도 물고 온 것만 놓고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