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을 쉬었는데 하나도 안 쉰 것 같은 날이 있죠. 저는 그게 시간이 아니라 종류 문제라고 봐요.
일요일 밤에 오시는 분들 얼굴이 제일 정직해요. 그때 이 얘기가 제일 많이 나와요.
주말에 뭘 안 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하셨을 거예요.
밀린 집안일 하고, 미뤄둔 연락 하고, 다음 주에 필요한 것들 준비하고요. 그런데 그건 다 해야 할 일이에요. 장소만 집이지 일한 거예요.
몸은 쉬었는데 머리는 계속 목록을 들고 있었던 거죠. 그러면 이틀이 아니라 나흘을 쉬어도 똑같아요.
일요일 밤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둘로 갈려요.
재밌는 건 두 번째 분들이 실제로 뭘 더 많이 하신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양이 아니라 아무 계획 없는 구간이 있었는지가 갈라요.
한 시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그 한 시간이 없으면 이틀이 다 일이 돼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얘길 할 자격이 좀 부족해요.
가게를 하면 쉬는 날에도 재료를 시키고 계산을 봐요. 완전히 손 놓는 날이 1년에 며칠 안 돼요. 그러다 보니 저도 늘 쉰 것 같지 않은 쪽이에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하나만 정했어요. 일요일 오전 두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기로요. 그거 하나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킨 주와 안 지킨 주가 확실히 달라요.
일요일 밤에 오셔서 그러시더라고요. 이틀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요.
들어보니 정말 많이 하셨어요. 청소하고 장 보고 부모님 댁에 다녀오시고요. 그런데 그중에 하고 싶어서 하신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 얘길 드렸더니 좀 놀라시더라고요.
쉬었는데 안 쉰 것 같으면 시간을 늘리지 마시고 종류를 바꾸세요.
다음 주말엔 한 시간만 아무 계획 없이 비워두세요. 그 한 시간이 이틀을 살려요.